[치유의 인문학] 꼴찌 교수의 긍정혁명 - 마음이가 물고 있는 사탕 한 알
[치유의 인문학] 꼴찌 교수의 긍정혁명 - 마음이가 물고 있는 사탕 한 알
  • 승인 2024.05.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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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살면서 죽음의 고비를 총 6번 넘겼다. 간발의 차이로 살았다. 천행이었다.

이 정도면 인생의 항로가 엄청 울퉁불퉁 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지금 내 삶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할 만큼 만족스럽다. 마치 가난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행복지수가 높은 부탄의 국민처럼 말이다.

어릴 적 죽음의 고비는 초등학교 시절 냇가 깊은 곳에 빠져 죽을 뻔했던 아찔한 기억이 첫 번째다. 이후 어머니는 7~8월엔 절대 물에 가서는 안 되는 사주라며 목숨 걸고 나를 말렸다. 어머니의 주문 같은 그루밍 덕분에 물과의 거리두기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두 번째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피마자 열매 사건이다. 참 신기하다. 옛날의 기억을 떠올려 그때 상황을 글로 쓰고 있는 지금도 속이 매스껍고 토할 것 같다. 역시 몸으로 기억하는 트라우마의 상처는 유효기한이 없는가보다.

세 번째에서 다섯 번째는 국가재난과 관련된 죽음의 고비다. 모르고 지나갔지만 가끔 돌이켜 생각해보면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자연이든 인공이든 큰 재난 앞에 인간의 운명은 바람 앞에 등불이다. 개인의 좋은 운도 자연재난 앞에선 하나의 작은 바람일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의 첫 직장이었던 삼풍백화점에서의 생존은 내 운명을 긍정으로 바꾼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년 전 강북에서 강남을 연결하던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강남에서의 알바를 위해 열심히 다녔던 다리였다. 성수대교가 무너지던 10월 21일 알바는 다행히 하루 전에 취소되었다. 간발의 차로 나는 생존했다.

이후 나는 1998년 대구한의대교 교수로 임용되었다. 수업이 없을 땐 지하철을 타고 서울 인사동 같은 대구의 봉산동에서 전시도 보고 미술재료도 구입할 목적으로 지하철을 타고 자주 대구로 나갔다. 당시 지하철은 나의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대구지하철에서 화재가 나던 2003년 2월 18일 화요일 오전 9시 53분! 그날은 마침 학교 수업이 있었다. 대구로 나가지 않았고 간발의 차이로 내 운명의 생과 사가 갈렸다. 그날 이후 안도와 안타까움의 양가감정은 붉은 엉겅퀴가 되어 가슴 한 모퉁이에서 가시처럼 자라기 시작했다. 이후로 나는 모든 공공기관을 이용할 때면 습관적으로 비상구부터 살핀다. 여러 사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본능이다.

이 세 번의 국가재난으로 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았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가 발생했다. 이 땅 위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국가는 처음으로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세월호 사건이후 행정안전부 위탁사업으로 전국 17개소 적십자사에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만든다고 담당과장이 연락이 왔다. 그 일이 하늘이 나에게 준 미션이라고 생각해서 기꺼이 TF팀 구성에 도움을 주었다. 이후 2022년 코로나19까지 9년을 국가재난의 현장을 누비며 시민들의 마음을 살피고 심리치료를 도왔다. 살아난 자의 안도감이 그렇게 나를 무장시켰을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죽음의 고비는 수년 전의 교통사고. 강연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겨울, 얼어버린 청도 고속도로 커브길에서 승용차 핸들의 갑자기 잠겼다. 자동차가 3바퀴를 굴러 착지했다. 나의 자동차는 폐차를 할 만큼 부서졌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혼절한 내가 정신을 차려 가까스로 앞문 유리창을 깨고 기적적으로 탈출했다. 탈출 후 30초 뒤에 25톤 트럭이 멈춰있는 내 차와 정면충돌했다. 20미터를 불꽃을 튀기며 끌려가다 종이짝처럼 구겨지는 내 차의 마지막 최후를 생생히 목격했다. 이후 나는 또 혼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적적으로 살았다.

이후 나는 운명보다 기도의 힘을 믿게 되었다.

운명이 타고난 팔자라면 기도는 팔자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브라질의 유명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1947~ )의 <연금술사>를 보면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라는 감동적인 문장이 있다. 어쩜 우리는 이 엄청난 우주의 변하지 않는 질서가 주는 긍정의 에너지를 잊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힘들지만, 우리 모두 마음에 사탕 하나쯤은 물고 살자.

지난 과거의 상처가 상처로 남아 있으면 고통이지만 경험으로 기억되면 성장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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