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 김계숙 시인 '상처'
[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 김계숙 시인 '상처'
  • 승인 2024.05.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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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미열로 번지거나

고열로 타오를 걸

갈팡질팡하다가 이 지경이 되었어

<감상> 상처 투성이 나무 둥치입니다. ‘갈팡질팡하다가 이 지경이 된’ 처참한 삶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미열로 번졌으면 가지를 뻗고 푸른 잎을 틔운, 고열로 타올랐으면 하늘까지 닿을 듯한 붉은 꽃을 피운 아름다운 나무로 자랐겠지요. 미열로 번졌으면 연민의 손길로 사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시인이나 수도승, 고열로 타올랐으면 중생을 먹이는 지도자나 천하를 호령하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겠지요. 떳떳미지근한 갈팡질팡이 이 지경의 화근(禍根)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어정쩡한 삶의 자세에 대한 아픈 경고입니다. 삶의 길은 여러 갈래입니다. 산정에 오르는 데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게 마련입니다. 번민과 숙고 끝에 선택한 것이라면 그 것이 우리 인생의 최선의 길입니다. 질척한 길이라면 젖은 발 딛고 수렁을 넘어 그 길의 끝까지 가야하고, 메마른 길이라면 목마른 사막을 마다않고 그 길의 끝까지 가야합니다. 좌고우면은 성공의 적입니다. 갈팡질팡하지 말고 한 우물을 파라는 가르침, 상처 투성이 나무 둥치가 웅변하고 있습니다. 고행자(苦行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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