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필수의료의 함정 - 이분적 사고의 프레임
[의료칼럼] 필수의료의 함정 - 이분적 사고의 프레임
  • 승인 2024.06.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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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혁 교수
최창혁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정형외과교수

의료는 병의 원인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검사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모든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 절차가 지체되거나 잘못된 처방이 내려지면 치명적인 치료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어느 한 과정도 소홀할 수 없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도미노처럼 필수의료 붕괴를 목전에 둔 지금,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저보험수가(원가의 70-80%)와 과도한 의료분쟁 책임문제임은 공지의 사실이 되었고, 정부는 그 해결책으로 의대증원 외에 필수의료 페키지란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공선을 강조하는 희생적인 필수의료인과 자기애에 기반한 비필수의료인이란 프레임이 해당분야 의료인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과연 비필수의료는 의료인의 손을 떠나도 되는 의료이며 비필수의료인은 죄인인가?

종교, 철학, 교육과 함께 의학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군 중의 하나이다. 의학은 생명과 직접 관계된 부분의 치료에서 시작된 바,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내외소산)등 필수의료가 주축이 되었으며, 사회발전과 의료영역의 확대에 따라 소위 말하는 비필수의료의 분야로 확장되어 현재의 다양한 의료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직업군 내에서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영역들(인터넷, 가상공간, AI등)이 직업창출과 사회의 발전을 이끌듯이, 의학 또한 내외소산등의 필수과 외에 피부, 미용, 성형, 정형, 통증의학등 다양한 의료분과가 생명에 직접 관계되지는 않지만, 건강증진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가능케하는 핵심의료로써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이는 필수 및 비필수의료라는 이분적 사고의 관점에서 벗어나, 각 전문분야에서 의료 본연의 내재적 가치를 공유하며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슈몰이의 근거가 된 수가차이, 비급여 진료유무, 의료윤리 및 사명감등의 프레임으로 해당분야 의사들의 역할과 가치를 폄하할 수 없다.

현재 전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는 의료사태의 시발과 그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등 필수의료의 위기라는 소견이 언론지상에 핫이슈가 되다가, 비급여진료/실손보험 등을 통한 의사들의 고소득, 이로 인한 의대 쏠림현상 등의 증상이 우리 의료의 문제점으로 제기되었고, 갑자기 그 치료방법으로 의대증원 2000명이라는 해법이 나왔다. 이는 비수술적 치료방법도 근치를 위한 수술적 치료도 아니며, 반복적인 주문을 외는 주술적 치료에 다름이 아니었음을 ㅡ 그 주문을 따라 읊던 사람들을 포함하여ㅡ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 도입후 지속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과정에서 조마조마한 균형을 유지하던 소화불량이 악화된 상태이며, 제때에 치료가 되지 않아 꼬이고 꼬인 내부 장기가 장폐색의 상태에 이르러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라 할 수 있다. 초기에 적절한 진단과 함께 안정을 취하면 저절로 풀리기도 하지만, 장폐색이 진행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꼬인 장기를 사전 조치없이 갑자기 풀어버리거나 잘못 절제하면 장내독소가 전신으로 퍼져 폐혈증등 전신장기 부전 상태에 빠지게 되고, 진행되면 중환자실의 온갖 치료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잃기도 한다. 정부가 낸 잘못된 진단과 처방으로 우리 의료상황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와있을까?

정부는 2025년도 의대모집 인원을 4595명(증원 1540명)으로 발표하였으며, 6월 4일 진료유지, 업무개시 및 사직서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하고 후속조치를 발표하였다. 골자는 복귀 전공의들에게는 기존규정을 바꿔서라도 수련인정과 전문의시험을 칠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하였으나, 미복귀 전공의들은 여전히 수련기회의 제한이라는 매를 드는 출구전략을 선별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편법은 전공의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유도하여 전공의 복귀라는 눈앞의 목적만 달성하겠다는 얕은 수로써, 사회적으로도 의료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 유발등 더 큰 혼란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 할 것이다.

5월 30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복귀전공의는 879명(8.4%)이며, 발표후 전공의 대표는 '달라진 것은 없다'라고 한다. 정부의 조치로 몇명(%)이 돌아오면 성공이고, 누구를 위한 성공인가? 교수들이 몸과 마음을 갈아가며 의료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구멍난 제방에 팔을 끼워서라도 둑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제방을 튼튼하게 보강할 책임자는 따로 있다. 사직쇼만 한다고 전공의들에게조차 중간관리인으로 낙인 찍힌 교수들이 타이타닉 영화속의 연주자가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사회의 독소가 된 이분적 사고가 마침내 현 의료사태의 결말을 예고하고 있다. 필수/비필수로 나누어 직역내의 갈등을 유도하고, 기득권 의사와 의사로 살고싶은 사람들의 열망을 이용하고, 마침내는 의대생, 전공의, 교수 및 개원의와 환자 사이의 신뢰의 다리를 무너뜨려 우리의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의료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 중의 하나이다. 상황의 가장 밑바닥에서라도 공공선과 자기애의 조화를 모색하는 국민적 공감과 함께 이분적 사고를 깰 각오가 있다면, 비로소 우리 의료시스템이 회생할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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