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누워있는 시인, 마르크 샤갈
[좋은 시를 찾아서] 누워있는 시인, 마르크 샤갈
  • 승인 2024.06.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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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시인

목화꽃 만발한 하늘 머리에 이고

망아지 한가로이 풀을 뜯어라

어미 말의 마음도 달고 달아라

나무 그늘 아래 생각하는 중절모

만년필과 스케치북, 바이올린

시인은 눈으로 그 모든 것 다 가진다

그러나 가진 것 없어라

목화꽃구름 피고 또 피어나고

인생은 흘러 흘러서 가고

시는 인생을 사랑한다

시인은 죽어도 살고

인생은 흘러간다

시인은 살아도 죽고

인생은 시를 춤춘다

◇이수영= 서울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졸업. 시집 ‘무지개 생명부’, ‘안단테 자동차’, ‘미르테의 꽃, 슈만’ 외 5권. 시선집 ‘슬픔이 보석이 되기까지’, 산문집 ‘잠시 또는 영원의 생각’ 등. 천상병시문학상, 한국기독교문학상, 서정시학상 등 수상. 숙명여대문학인회 회장 역임. (사)한국기독교문인협회 이사장.

<해설> 시인이 눕는다는 것은, 꿈을 만나기 위함이 아닐까. 화가나 시인이나 다 같은 꿈을 꾸는 자가 아닐까. 단지 꿈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과거의 기억들은 이리저리 조합되어 초현실의 또 다른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는 것처럼 시인은 지금 샤갈의 화폭으로 들어가서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고 느껴진다. 어떤 구애 받음 없이 살고 싶은 욕망과 자유를 갈망하는 이 시인의 시는 꿈을 바탕에 두고 있기에 가능하다. 시인의 눈으로 그 모든 것을 다 가질 때 “목화꽃 만발한 하늘 머리에 이고”, “나무 그늘 아래 생각하는 중절모” 이 두 장면은 마르크 샤갈의 화폭에서 나와, 더욱 친근한 말걸기를 하게 될 것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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