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입법폭주와 거부권이 난무하게 될 정치권.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목요칼럼] 입법폭주와 거부권이 난무하게 될 정치권.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승인 2024.06.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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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제22대 국회가 시작부터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 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놓고 파행을 맞이하면서 향후 국회운영이 접입가경에 빠져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원 구성은 그동안 여야가 합의해온 ‘관행’에 따라 운영위원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법제사법위원장은 원내 제2당에서 맡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몫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22대 총선의 민심을 이유로 이들 3개 상임위원회는 반드시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국민의힘이 막판 협상에서 운영위와 과방위 위원장은 포기하고 법사위원장만 여당이 갖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이 역시 민주당은 거부하였다. 그리고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자신들의 몫이라고 주장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여 ‘반쪽 원 구성’을 하였으며, 국민의힘에서 원 구성과 관련하여 별다른 진전이 없으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오는 13일 모두 민주당이 확보하여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물론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의회에서 다수당이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번 원 구성과 관련하여 민주당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철저한 힘의 우위를 통해 소수에게 자신들이 베푸는 혜택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즉 시작 단계에서부터 확실한 힘의 우위를 보여주어 향후 4년 동안 국회운영을 자신들의 뜻대로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의사결정 방식이 ‘만장일치’에서 ‘다수결’로 또 다시 ‘토론에 의한 합의’로 진전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성급하다고 느껴진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는 속담이 있다. 지나치게 상대를 몰아붙이면 결국 그 화가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이다.

이미 윤석열정부는 헌정 사상 유일하게 임기 내내 압도적인 여소야대로 인해 무엇 하나 자신들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식물정부와 마찬가지이다. 야당의 입법폭주에는 거부권으로 맞서고, 추진하려는 입법이 거대 야당의 벽에 부딪치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전략은 입법권을 통해 윤 정부를 압박하여 거부권을 행사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윤 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높이고 국정동력을 상실하게 만듦으로써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정권쟁취가 목적인 정당의 전략인 만큼 잘 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친 압박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역풍을 가져올 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 윤 대통령은 취임 2년 반 동안 14개의 법안에 대해 7차례의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제6공화국 8명의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작금의 민주당 기세로 볼 때 22대 국회에서 남은 임기동안 또 얼마나 많은 거부권을 행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거부권 자제 요청에 대해 “윤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로서 재의요구권을 권한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책무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어찌되었던 현재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행보에 상관없이 ‘법대로’를 내세우며 자신들이 가고자하는 길을 가고 있다. 즉 지난 10일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한 즉시 11일과 12일 과방위와 법사위를 개최하여 그들이 추진하는 여야 간에 쟁점이 큰 방송3법과 채상병특검법과 같은 입법을 추진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자신들과 합의되지 않은 상임위 일정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정부의 국정운영을 지원해야하는 여당으로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패배자의 설움을 톡톡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번갯불에 콩 뽁아 먹듯이’ 상임위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법안들이 보면 과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에 허덕이는 민생과 관련된 안건이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언제든지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민생보다 정치적인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그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전통을 깨뜨릴 만큼 중요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해 많은 상반된 평가들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의 원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점에 대한 생각이라고 본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 이번 일로 인해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입법폭주와 대통령의 거부권이 난무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한데 그것으로 인한 고통은 오로지 국민들의 몫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 이유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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