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경비실 작은 선풍기 하나…경비원들의 고달픈 여름나기
좁은 경비실 작은 선풍기 하나…경비원들의 고달픈 여름나기
  • 김유빈
  • 승인 2024.06.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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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부터 실내온도 30도 육박
슬레이트 지붕 탓 열기 ‘고스란히’
“눈치보여”…있어도 못켜는 에어컨
휴게시설 의무화 불구 여전히 열악
근로환경 관리·감독 강화 목소리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
12일 오후 대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은 에어컨이 설치돼있지 않았다. 김유빈기자

“경비원에게는 여름이 1년 중 가장 힘든 계절이에요”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은 더위를 피하기에 ‘그림의 떡’일 뿐이다. 휴게실 건물이 열을 그대로 흡수하는 슬레이트 지붕으로 돼있어 초여름부터 실내 기온이 30도는 거뜬히 넘고 차라리 바깥이 더 시원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내부에 작은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비원 최모씨(70)씨는 “관리 사무실이나 경비실에서 쓰는 전기는 공동 전기료로 입주민들이 아파트 관리비로 나눠내기 때문에 오래 에어컨을 틀면 입주민들 눈치가 많이 보인다”며 “지난해 여름에는 에어컨을 켠 날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푸념했다.

북구의 한 아파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은 에어컨은 없고 작은 선풍기 하나가 고작이다. 연신 부채질을 하던 경비원 김모(67)씨는 “주민 대표가 내년에 에어컨을 놔주겠다고는 했지만 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들었다”며 “주민들이 전기료도 내야 하는데 쉽게 통과될지는 모르겠다. 선풍기로 버티고는 있지만 에어컨이 생기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아파트 경비원 휴게시설과 냉난방·환기 장치,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지난해 9월 대구는 ‘대구광역시 건축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통과로 아파트 내 경비원 휴게시설 가건물을 따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아파트 경비원들은 제대로 된 휴식공간 없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국 대학교·아파트 휴게시설 설치 의무 이행 점검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94곳 중 휴게시설 미설치는 2곳,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을 위반한 곳은 40곳에 달했다. 44.6%가량의 아파트가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법령을 위반한 셈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이 지속되는 원인으로는 설치 기준에 맞지 않는 휴게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022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50인 이상 사업장 8곳을 대상으로 휴게시설 설치 의무 이행실태를 지도·점검했지만 대상 사업장 중 아파트는 없었다.

아파트는 민간 영역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설치를 강제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세대수가 적고 오래된 아파트는 법 적용을 받지 않아 기존 건물을 간이 휴게실로 바꾸거나 지하에 휴게실을 설치하는 등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정은정 공동주택노동자협의회 활동가는 “대부분 공동주택 경비원은 휴게시설과 시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관련 법에 따른 경비원 휴게시설 마련과 근로환경 관리 감독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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