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涅槃鐘
[좋은 시를 찾아서] 涅槃鐘
  • 승인 2024.06.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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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연 시인

운판雲板이 날개를 접는 이슥한 밤

잠들지 못한 산사는

이리저리 뒤척거려 등을 구부리는데

멀리 운구가 걸어온다

종고루가 서러워

온몸 으깨지도록 종을 불러 깨운다

뎅 뎅 뎅 뎅

평생 모아놓은 유산 하나

108번뇌를 내려놓고

조계산을 넘어가는 긴, 소리의 여운

명부전에 조등 하나 걸리고

어제를 기억한 산천초목이 운다

미처 따라가지 못한 숨소리들이 운다

울음의 가지 끝에

108가지 님의 생이 되살아난다

108가지 님의 생이 꽃으로 핀다

*남은당 현봉 대종사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

◇우정연= 전남 광양 출생. 2013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송광사 가는 길』『자작나무 애인. <불교문예작가상>수상

<해설> 평생 수행을 하던 한 분 스님이 열반에 드는 과정을 그려낸 시이다. 108번뇌를 내려놓고 조계산을 넘어가는 소리의 여운을 종소리를 통해 묘사한다는 점에서 이 시는 청각을 시각인 꽃으로 환치하는 기교의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반인의 죽음도 울음이 뒤따르지만 복전을 가꾸다가 조계산을 넘어가는 남은당 현봉 대종사의 타계는 시인에게 슬픔 깊은 울림의 다름 아닐 것이다. “명부전에 조등 하나 걸리고/어제를 기억한 산천초목이 운다/미처 따라가지 못한 숨소리들이 운다” 에서는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종소리를 통해 극락왕생을 발원을 기원하는 맥놀이의 여운조차 느껴지게 하는 시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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