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민의힘, 108 전사가 돼라
[특별기고] 국민의힘, 108 전사가 돼라
  • 승인 2024.06.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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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칼럼니스트


국민의힘이 4·10총선 두 달이 지나도록 참패의 늪을 허우적대고 있는 모양새다. 총선이 끝나고 보수 쪽에 선 국민들은 한동안 충격에 빠졌다. 심지어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둥 선거트라우마를 호소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마저 무기력에 빠져서야 될 말인가. 108석도 큰 의석수다. 일기당천(一騎當千)은 아니더라도 일당백(一當百)의 정신으로 맞선다면 정국을 리드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의례적인 일성(一聲) 외에 2달이 넘도록 우물쭈물 이렇다할 만한 방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 단독 법사위, 운영위 등 11개 주요 상임위원장 독식을 막아내지 못했고,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마저 받아들일 수도 안 받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임종 전 묘비명이 떠오른다.

국민의힘에도 여의도연구원과 같은 싱크탱크가 있고, 국정경험이 많은 정치인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제대로 역할을 다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정국난맥상이 불거질 리 만무하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총선 승리에 승부수를 던졌다.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친명 위주로 공천을 했고, 사천(私薦) 논란으로 탈당사태가 빚어졌다. 그렇다면 3/5 이상 의석을 얻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자명하다. 국민의힘만 이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오히려 친윤 중심으로 총선패배 책임 전가에 골몰하느라 정작 중요한 대민주당 전략은 등한시 한 것 같다. 알량한 총선패배 원인 분석 ‘백서특위’보다 여소야대 정국주도를 위한 ‘여야민주협치특위’를 제안했어야 했다.

시중에 회자되는 총선패배 원인은 정권심판 쪽이 더 무겁다. 물론 민주당의 선거를 겨냥한 ‘쌍특검’ 발의가 주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 전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선거 중 윤대통령의 대파가격 논란, 선거 전 의대정원 2천 명 증원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과 중환자들의 고통 등 의료파행이 더 큰 원인으로 회자된다. 여기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의 필사의 노력이 부족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거기간 내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목소리만 들렸을 뿐 소위 대선 잠룡들이나 중진의원들의 애쓰는 모습이 눈이 띄지 않았다.

특히 TK의원들의 경우 공천이 곧 당선인데도 재선, 3선 이상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 꽁꽁 숨었을 뿐 전체 선거의 승리를 위해 어떤 헌신을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들끓었을 때 언론사 인터뷰나 SNS를 통해 이들이 들고 일어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적당히 얼멍얼멍하면 현역은 공천이 따논당상인 국민의힘 공천시스템. 이래가다가는 향후 1/3석도 못 미치는 ‘영남당’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민의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대표적 친윤으로 손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얼마 전 “민주당은 거친데 국민의힘은 이에 대항할 전사가 없다”는 인터뷰를 했다. 장예찬, 도태우 같은 전사후보를 공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기가 찬다. 그러면 108명은 허수아비인가? 원내 사령탑을 수도권 등 영남 외의 인사를 세워 전투에 임해야 하는데 TK 인사로 채웠다. 선당후사(先黨後私)가 실리에 밀렸다. 투사정신이 없는 의원들의 공천배제 장치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벌이는 입법독주를 멈춰야 한다. 국회가 이재명 당대표의 방탄조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1야당도 국정의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념해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 미사일발사가 예사롭지 않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의 삶을 어루만져 줄 입법이 필요한데 정쟁으로 몰아가면 어떻게 하나? 오죽했으면 며칠 전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경제를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는 성인병(成人病) 종합 세트라고 진단했을까? 이런데도 민주당은 절대다수 의석을 무기로 헌법정신에 위배된 이재명 방탄 입법에만 올인할 것인가.

국민의힘에 당부하고 싶다. 조건 없는 등원부터 하라. 혹여 7개 자리라도 받아 쥘 생각은 아예 버려라.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108명이 모두 투사가 되어 지금이라도 당장 민생에 뛰어들어라. 국민의 땀과 눈물을 모른다면 국회의원이 아니다. 이 총체적 난국을 푸는 열쇠는 내부총질이 아닌 단합이다. 7·23일 예정된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틔우는 모멘텀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친윤, 친한보다 친윤한백(백성)이 필요한 때이다. 어쩌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등판이 시대적 부름일지도 모른다. 우물쭈물 하지 말고, 강단 있게 나서라. ‘국민의힘 108전사’의 함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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