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하얀 가운은 환자 곁에 있을 때 아름답다
[수요칼럼] 하얀 가운은 환자 곁에 있을 때 아름답다
  • 승인 2024.06.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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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의료 파업을 보면서 생각나는 후배가 있다. 그는 프랑스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어느날 암에 걸렸다. 건강이 호전되어 함께 저녁을 먹을 때 그동안 투병하면서 느낌 점을 얘기했다. 환자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세가지 요건으로 환자 본인의 삶에 대한 집념,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의사의 의지, 그리고 돈을 들었다. 그는 주치의가 보여준 희망의 메시지를 믿었고, 당시 외국계 보험회사에 실손보험을 가입했기 때문에 병원비는 걱정하지 않았다. 또한 삶에 대한 집념도 강했기 때문에 치료하면 곧 좋아 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동안 유학생활로 인해 큰돈을 저축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있는 전문병원까지 찾아 치료를 받은 것은 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몇 일전 해인사 소리길을 걸으면서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는 친구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 4곳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두 곳은 수술하라고 권했고, 다른 두 곳은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난감하다고 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으면 그 분야에 인지도가 높은 의사를 수소문하면서 병원을 쇼핑하게 된다.


이처럼 환자들은 의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의대생 정원 확대에 반대하여 의료 파업을 한지 벌써 4개월째를 맞고 있다. 17일에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또한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18일부터 집단 휴진을 한다고 밝혔다. 의료파업의 원인으로 비과학적인 2000명 정원 확대,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의대 교육 잘 저하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에 목메고 있는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직접적인 항목은 찾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 파업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먼저, 환자의 건강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의사협회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로 의료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우수한 의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쉽게 의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17일에 발표된 엘림넷 나우앤서베이 설문조사에 의하면 '의료 파업의 가장 큰 부작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58.0%)이 '국민들의 건강권 침해'라고 했다. 국민의 공분을 부른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을 막기 위해 필수·지역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의료파업은 의사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고 생각한다. 의사들의 기득권을 다른 말로 지대추구행위라 한다. 지대추구행위는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 소유권을 이용해 소득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을 제한함으로써 지대를 얻는다. 의사나 변호사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힘들게 공부하는 이유는 전문가로서 자격증을 받으면 평생 지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의사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 파업 투쟁을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3.7%는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다른 의료단체와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병원의 부족한 의사 확보 방안' 등을 요구했다. 같은 날 대한한의사협회는 양방의 진료 총파업에 따른 의료공백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진단과 치료에 적극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대한간호사협회는 그동안 수술 보조, 검사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시 보조 등 법의 경계선에서 의사의 의료행위를 일부 대신해 온 PA간호사를 간호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의료단체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은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그동안 의료인들은 지난 4개월 동안 파업을 통해 정부와 국민들에게 충분히 의견을 전달했다. 의료파업 기간이 길어지면 환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게 되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잃게 된다.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파업을 멈춘다는 것은 의사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의 문제겠지만 환자들은 생명이 달린 문제다. 앞으로 의료 생태계에 큰 변화를 겪게 되면 의사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게 된다. 그리고 의료체계에 불합리한 점과 의료인의 복지 개선을 위해서는 제도를 고쳐나가면 된다. 의사들이 입는 하얀 가운은 환자 곁을 지킬 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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