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 남짓 공간 선풍기 한 대...“낮엔 공원 밤엔 옥상서 버텨”
1평 남짓 공간 선풍기 한 대...“낮엔 공원 밤엔 옥상서 버텨”
  • 류예지
  • 승인 2024.06.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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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쪽방 주민들 여름나기
“일자리 없어 지원금으로 생활
에어컨 있어도 틀 엄두도 못 내
최대한 햇빛 피하며 속옷만 입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 현장 방문
폭염대비 물품지원 현황 점검
이상민행정안전부장관2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오전 대구의 한 쪽방촌을 방문해 거주민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에어컨 있어도 못 켜죠. 밤엔 옥상에서 자고 낮엔 공원에서 더위 쫓습니다”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19일 대구 서구의 한 쪽방. 방 안으로 들어찬 훗훗한 열기에 주민들은 저마다 문을 열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마당에는 주민들이 심은 채소들만이 옅은 바람에 흩날렸다. 건물 복도로는 열심히 청소 중인 선풍기 소리만이 가득했다.

1평 남짓한 방이 다닥다닥 붙은 쪽방촌은 어느 곳보다 폭염에 취약하다. ‘에어컨이 사치’로 느껴지는 쪽방 주민들은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면서 또 2∼3개월을 죽기살기로 버텨야 한다.

2층 주민 엄모(85)씨는 40대에 이혼한 후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에어컨이 있어도 틀어본 적이 없다. 나이가 들고 일할 곳이 없으니 지원금으로만 버텨야 한다”며 “여름철 2달간 시원한 곳에서 지내라고 하던데 불편하고 이사도 일이라 가본 적이 없다. 낮에는 근처 공원으로 가서 더위를 쫓고 밤에는 많이 더우면 옥상에서 자곤 한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3년간 병원 생활을 하다 직장을 잃었다는 이모(46)씨는 “오늘로 1년째 쪽방에 있는데 더위나 추위를 많이 타지 않아서 버틸 만하다”며 “낮에는 최대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 잘 땐 더우니 선풍기를 틀고 속옷만 입고 잔다”고 말하며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쪽방촌을 방문해 대구시 폭염대책과 쪽방촌 현황을 보고받고 폭염 취약가구를 방문해 폭염 대비 물품 지원 현황과 냉방기기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세심히 살폈다. 이 장관은 “행안부는 지자체와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과 함께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들도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폭염특보 발령 시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는 캠페인과 국민 행동요령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시는 더위에 맞서는 혹서기 쪽방 주민들을 위해 돌봄 추진계획을 펼치고 있다. 냉방용품 지원과 무더위쉼터, 임시주거공간 마련 등 1억2천600여만원을 투입한다. 한국가스공사와 협력해 폭염나기 물품세트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에어컨 전기세 1천만원 지원 등도 더한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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