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기적이라고 불린 음악회
[문화칼럼] 기적이라고 불린 음악회
  • 승인 2024.06.1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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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인류의 위대한 선물 바로크의 명곡들' 이런 제목의 음악회가 최근 남양성모성지에서 열렸다. 이곳은 한 신부님의 삼 십 여년에 걸친 대장정을 통하여 조성된(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공간이고 특히 대성당은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마리오 보타'의 작품이다. 어떤 공간은 그 쓰임새에 가장 알맞게 기능할 때 그곳이 더 빛난다. 그래서 빛의 건축가, 영혼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보타의 작품 안에서 감상하는 바로크 종교음악! 이보다 더 어울리는 게 있을까? 게다가 성당 앞 정원은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이다. 지금 그의 작업을 다룬 영화가 상영 중에 있으며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조경으로는 최초의 전시가 그의 작품으로 열리고 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정원에 대해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한 공간, 그곳에 가장 알맞은 음악 그리고 최고의 조경가가 다듬어놓은 정원, 이정도면 안갈 도리가 없다. 마침 사흘정도 한국에 머물게 된 아내도 출국을 하루 미루고 함께 하기로 했다.

우리는 점심시간도 채 되기 전에 도착해 미리 성지를 둘러보았다. 가기 전 풍문으로 듣고 있던 성지 조성 경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건축주(?)인 이상각 신부님께서 전문가의 영역으로 너무 많이 넘어 온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의 정성과 집념이 있었기에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었으리라 생각 든다.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의 작품과 '마리오 보타'의 대성당뿐만 아니라 성지 내의 많은 공간들 하나하나가 정말 세심하고 알맞게 다듬어져 있었다. 건축가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티 하우스'도 조성 중에 있다. 그리고 성지 조성과 관련된 많은 감동적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긴 줄 끝에 입장하여 마주한 음악회는 이런 이야기와 잘 어울렸다. 어느 소설가는 '성당 음악회에서 마주친 기적'이라고 글을 썼다.

지난겨울 호주 여행 중 시드니 세인트 메리 대성당의 음악미사에서 나는 정말 감동을 받았다. 매주 일요일 10시 반에 드리는 음악미사의 완성도가 너무 높았다. 우리가 상상하는 종교음악의 전형이 그곳에서는 매주일 마다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국내 어느 성당, 교회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사운드였다. 하지만 나는 남양성모성지에서 올리는 이 음악회를 통하여 그날과 같은 감동을 받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졌다. 왜냐하면 이날의 연주 단체인 '르 보야즈 보칼레 앙상블'이 추구해온 그간의 역사가 그렇다고 말한다.

이들은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주단체다. 단원들은 해외유학파와 이제 곧 전문가의 길로 접어들 젊은 성악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 대부분 솔리스트로서의 열망이 대단할 텐데 이런 전문 앙상블에서 활동한다는 점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앙상블을 음악의 중심에 두면 성악가에게는 목숨과 같은 자기 개성이 다소 희생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이런 활동이 경제적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현실에서 앙상블 단원으로 명예를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모았을까? 그것은 음악에 대한 소망 단지 그것 한 가지 아닐까? 지휘자 이성훈과 뜻을 같이하는 젊은 성악가들의 순수한 열정이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날은 날이 흐려 '빛의 건축가'가 의도했던 빛의 장관이 성당 내에서 연출되지는 않았지만 대성당 건축에 힘을 보탠 모든 손길과 '마리오 보타'가 상상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웅장하지만 모던하고 아름다운 대성당의 공간에 반주를 맡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과 '르 보야즈 보칼레 앙상블'이 지휘자의 손길에 맞춰 음악을 조금씩 조금씩 채워 넣었다. 기계음향을 배제한 울림은 매우 간결하고 섬세했으며 또한 풍부하지만 과하지 않은, 아름다운 선율의 정제된 바로크 음악의 서정이 흘러넘쳤다.

대성당은 텅 빈 고요함 속에서도 가득한 무엇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그 공간을 가득 채운 음악으로 인해서 어떤 완벽함이 이루어 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이런 순간을 기대하고 그야말로 경향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순교의 터에 꽃피운 아름다운 성지, 세계적 건축가의 진심과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우러지는 기적을 보고 싶어 한 사람들의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아직은 젊은 단원들의 뜨거운 피가 군데군데 분출되어 나오지만 이렇게 절제된 수준 높은 종교음악을 듣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아끼고 성원해야할 또 하나의 자산을 발견한 기쁨이 컸다.

공연이 끝나고도 우리는 그곳을 쉬 떠나지 못했다. 오전부터 성지를 둘러보았지만 음악이 주는 여운을 즐기며 다시금 구석구석을 천천히 다녔다. 좋은 음악을 더 감동적으로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공간! 또는 그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이런 것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적이라는 단어를 심어주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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