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석 이성조 서업, 후학들 연구 단초 됐으면…”
“남석 이성조 서업, 후학들 연구 단초 됐으면…”
  • 황인옥
  • 승인 2024.06.20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대기별 ‘공산묵력’ 발간
석용진이 스승 예술 여정 담아
다섯 시기로 나눠 평론도 실어
성철 스님 “글씨로 도 닦아라”
temp_1718797433888.-345473458
남석 이성조
공산묵력-표지
‘공산묵력’ 표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상용구는 남석(南石) 이성조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 88세인 미수를 앞두고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기도로 마음을 정화한 후, 정갈한 마음으로 붓을 잡는다.

이만하면 만년 청춘이 아니던가? 나쁜 시력으로 눈을 감고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야 할 정도로 시각예술가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지만, 붓을 잡은 손끝의 기운만은 세월을 비껴간다. 여전히 미의식은 카랑카랑하게 살아 움직이고, 서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더욱 가열차다.

최근에 남석의 70년 서업(書業)을 연대기별로 묶은 책 ‘공산묵력(空山墨曆·만인사’이 발간됐다.

그의 제자인 일사(逸史) 석용진이 스승인 남석의 예술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저자는 “책 ‘공산묵력’이 한 위대한 노대가의 진실된 모습이 일반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알려지고, 후학들에 의해 더 깊이있는 본격적인 연구의 단초가 되리라 믿는다”며 책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책에서 일사는 남석의 예술 여정을 다섯 시기로 분류한다. 40대까지의 학서기, 1980년에서 2000년까지의 서풍발현, 그 이후의 암중취호, 우주광령, 수졸회적 등이다. 각각의 시기에는 그 시기의 남석의 작품과 평론가의 글이 실렸다. 평론글은 오랫동안 그와 인연을 맺어온 김진혁, 박진형, 이춘호, 이인숙. 박기섭 등 5인이 썼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남석은 1957년 부산의 경남상업고교에서 서예가 청남(菁南) 오제봉을 만나 서예에 입문하고, 이후 시암(是庵) 배길기의 지도를 받았다. 70년대 초, 세상의 번뇌와 회의에 쌓여 합천 해인사 백련암의 성철 스님을 찾아가 출가 의사를 밝혔지만, 성철 스님이 “너는 글씨로 도를 닦아라”는 말씀을 내려 속세로 돌아왔다.

만 20세인 약관의 최연소 나이에 국전 서예부문에 입선한 남석은 일찍부터 옛것을 익힌 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에 예술적 투지를 불태웠다. 법고(法古) 이후의 ‘창신’(創新)은 그의 평생의 과제였다. 그의 창신은 유능제강(柔能制剛)에 맞춰졌다. 부드러운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그 또한 성정은 호방하고 거친 듯 보였지만 글씨는 부드러우면서 유려함을 추구했고, 그것은 곧 남석체로 위용을 갖춰갔다. 여기에 글과 그림의 경계까지 아우르며 장르적 확장을 모색한 것 또한 창신의 또 하나의 사례다.

이번 책에서 평론가들은 남석을 어떻게 평했을까? 모두 한목소리고 한 시대를 호령했던 그의 서예술을 칭송해 마지 않는다.

먼저 화가이면서 서예가인 김진혁은 책 속 평론글에서 “타고난 미의식, 호방하고도 섬세한 성정과 서예술에 대한 스스로의 열망”으로, 시인이면서 퍼포먼스 작가인 박진형은 “독창성과 고유성으로 서풍발현(書風發現) 이뤘다”며 남석을 평했다.

또 기자와 문필가, 화가로 활동하는 이춘호는 “일정한 방향성과 습관에서 벗어나 심연 속에 숨어있는 진아(眞我)에 대한 자각”이라고 했고, 예술 미술사 연구자인 이인숙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붓과 색이 지면에서 만나 서로 얘기하고 사건을 만들며 그것들을 우주에 펼쳐진 삼라만상처럼 차츰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말로 남석의 예술세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시조시인이자 고미술 감식과 시화 서화에 대한 다양한 평론글을 발표해 온 박기섭은 “어디에도 막힌 구석이 없이 두루 원만한 남석 선생의 ‘동글체는 불가에서 말한 원융무애사상에 맥이 닿거니와 정신의 유연함에 필획의 자연스러움을 더한 무상의 필법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등록일 : 2023.03.17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