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2', 불안·당황·따분·부럽… 라일리 감정 본부에 ‘사춘기’가 찾아왔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 불안·당황·따분·부럽… 라일리 감정 본부에 ‘사춘기’가 찾아왔다
  • 김민주
  • 승인 2024.06.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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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속편 핵심은 ‘중2병’
원래 없던 감정들이 생겨나며
불안한 사춘기 세계로 빠져들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과정
불안정하고 완벽하지 않아서
미래는 더 궁금하고 기대되는 것
위로의 메시지 따뜻하게 그려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사춘기’ 경고등이 울리면서 기존 감정들이 놀라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사춘기’ 경고등이 울리면서 기존 감정들이 놀라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질문 남겨요.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거짓말을 하더니 학원도 안 가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나오질 않네요. ‘중2병’이 벌써 온 건가요?” 온라인 부모 커뮤니티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질문이다.

‘중2병’. 중학교 2학년을 전후한 사춘기에 심리적 혼란과 불만이 쌓여 반항과 일탈이 잦아지며 혼란을 겪는 아이들을 가리키는 속어다. ‘중2병’의 증상으로는 허세가 늘고 연예인, 게임에 중독되어 점차 성적이 떨어지기도 하며 가족과의 소통을 꺼리는 것 등이 있다. 변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부모는 “북한이 남침 못하는 건 중2가 무서워서래”라고 애써 웃으며 가슴 속 답답함을 달랜다.

12일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2015년 5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인사이드 아웃’ 이후 9년 만의 속편이다. ‘인사이드 아웃 2’의 핵심은 사춘기다. 전편에서 초등학생으로 등장한 라일리는 어느새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13세 소녀로 자라 있다. 속된 말로 딱 ‘중2병’에 걸리는 시기다. 저 먼 미국 미네소타에 사는 라일리에게도 중2병은 빗나가지 않고 정확히 명중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쾅! 쾅! 쾅!” “이게 무슨 소리야? 세상이 멸망하려나 봐!”

모두가 잠든 평온한 밤,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 사이렌이 사납게 울린다.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감정 본부에서 바삐 일하는 ‘기쁨’(에이미 포엘러),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가 침대에서 일어나 소리의 출처를 찾아 나선다.

이내 감정 조정석 한복판에서 낯선 경고등을 발견한다. 경고등 아래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PUBERTY’(사춘기)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기쁨이가 사이렌을 내다 버리며 사태는 수습되는가 싶던 찰나 한 무리가 찾아와 본부를 때려 부수며 리모델링을 시작한다. 원래는 없던 감정인 ‘불안(마야 호크)’, ‘당황’, ‘따분’, ‘부럽’이까지 들이닥치며 라일리의 감정 본부는 대격변이 일어났다.

불안이는 연신 최악의 상황과 불확실한 미래를 가정하며 기쁨이와 충돌한다. 갈등이 이어지자 불안이는 결국 기존 다섯 감정을 본부에서 내쫓아 버린다. 그렇게 기존 감정들이 본부로 돌아가려 애쓰는 사이, 라일리는 점점 불안한 사춘기의 세계로 빠져든다.

극 중 기쁨이와 불안이의 대립은 사춘기의 혼란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쁨이는 현상 유지가 목표다. 라일리는 ‘나는 좋은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등 긍정적인 사고로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고 신념을 갖게 됐다. 기쁨이는 라일리가 즐겁고 재밌는 기억만 간직한 채 지금 모습 그대로이길 바란다. 안 좋은 기억은 무의식의 세계로 던져 없애버리고 좋은 기억으로만 채우려 한다. 하지만 새로운 친구와 환경을 마주한 라일리에게 기쁨이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부에서 내린 기쁨이의 지시를 따라 행동하자 하키 캠프에서 만난 선배들에게 찍히고, 코치에게 한 소리를 듣는다.

이에 감정 컨트롤 본부는 이제 불안이에게 넘어간다. 부정적인 미래만을 라일리에게 보여주면서 계속해서 그를 다그친다. 처음에는 불안이의 계획이 통하는 듯하다. 롤모델인 밸 선배의 눈에 들고 코치에게도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불안이 점차 그녀를 잠식해가자 친구들과 멀어지고 자기 신념과 확신마저 잃어버린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하지만 기쁨이도, 불안이도 잘못은 없다. 이 모든 변화는 ‘나’를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아이스하키 반칙 중에는 ‘마이너 페널티’가 있다. 상대편을 막기 위해 신체나 장비를 과격하게 쓰면 주어지는 반칙으로 이 반칙을 범한 선수는 2분간 경기장을 벗어나 페널티 박스로 퇴장당한다. 라일리는 영화 시작과 끝에 한 차례씩 마이너 페널티를 범한다. 영화는 이 순간을 활용해 라일리의 사춘기를 요약한다.

사춘기가 오기 전 라일리는 퇴장을 당해도 큰 걱정을 안 한다. 오히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경기에 다시 투입되기를 기다린다. 반면에 사춘기를 겪는 라일리는 다르다. 홀로 페널티 박스에 앉아 극도의 불안함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라일리는 한 단계 성장한다. 자기의 단점, 부끄러운 과거, 잘못을 자각하고 친구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얻는다.

영화의 말미에 라일리는 ‘밸 선배, 코치가 보는 나’보다 ‘내가 보는 나’가 더 중요하다고 깨닫는다. 그런데 이 교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유효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따르는 게 중요해진 현대 사회를 생각해본다면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특히 라일리가 불안함에 지배되면서 감정이 극으로 치닫자 감정 컨트롤 센터의 퓨즈가 나가버린다. 이는 마치 ‘번아웃(정신적·심리적 탈진)상태’를 맞은 현대인들을 보는 듯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기쁨이 줄어든다는 것인가 봐’라는 대사는 이미 사춘기를 지나온 어른들도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미래 때문에 ‘불안’하고, 자신도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 봉착해 ‘당황’하면서도, 때로는 모든 것이 ‘따분’하며, 모두의 관심을 받는 멋진 친구를 보면 ‘부럽’게 여기는 감정은 10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보편적으로 느끼며 인생을 살아간다.

모두가 미숙하던 사춘기 시절의 우리들도 라일리와 같은 경험이 있지 않는가. ‘인사이드 아웃 2’는 나 자신이 어떤 자아들을 거쳐왔고, 어떤 감정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현재 내 안에 가장 크게 위치한 감정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도 가야지”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 인생에는 긍정적인 정서만이 아니라 여러 관계 속 어긋나고 넘어지고 상처를 받으면서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불안정하고 완벽하지 않아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더 궁금하고 기대된다는 것’, 영화는 이 같은 위로의 메시지를 특유의 따뜻한 색채로 그려냈다.

‘인사이드 아웃 1’을 즐겁게 봤던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이래서 인사이드 아웃을 좋아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인생 영화’, ‘인생 애니메이션’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작품이자 후속편의 탄생이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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