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과연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었을까?
[의료칼럼] 과연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었을까?
  • 승인 2024.06.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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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완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아는가?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창안된 의사의 윤리적 서약이다. 이 선서는 오래전부터 의료 인류의 윤리와 직업적 책임을 강조하는 중요한 유산으로 의사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주로 의료 실천에서 윤리적 지침과 의사의 역할에 대해 다루고 있다. 환자의 복지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 실천을 강조한 환자 중심의 의료, 의료의 질적 향상을 노력하는 의사의 직업적 책임 등의 내용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이 선서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료를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의사들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었냐’이다. 왜 이런 말을 듣게 되었을까? 시작은 2024년 2월 갑작스러운 정부의 2000명의 의대 증원 발표로부터이다. 당시 간간이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 소아과 오픈런 등의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필수 의료, 지역 의료 인력 확보하기 위해 의사 숫자를 늘리겠다며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하였다.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와 충분한 토의와 검토가 없는 일방적인 정책 발표였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들은 휴학을 신청하며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업무 개시명령을 내리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게는 면허 정지시키겠다며 겁박하고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에게는 대학에 행정명령을 내려 휴학계를 받지 않게 하여 현재의 대량 유급 사태를 직면하게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마지막까지 힘겹게 병원을 지키고 있던 교수들마저 진료 중단을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의사들은 의대 증원에 왜 반대할까? 남들이 말하는 의사들이 늘어나서 자기 밥그릇이 작아질까 봐 걱정하는 것일까? 하지만 의대 증원 이후 나오는 의사들은 지금 활동하는 의사들과 전혀 상관이 없다. 아니면 오지랖이 넓어서 내 후배들이 밥그릇이 작아질까 봐 걱정돼서? 그것도 아니다. 어떤 의사 선생님의 말마따나 의사 1% 늘어난다고 수입이 떨어질 것도 아닐 것이다. 현재 의사들의 반대 이유는 의사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의료 수요는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된 재원이다. 국민들이 건보료를 올리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이상 한정된 자원으로 늘어 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재정은 악화될 것이다. 나아가 건보재정의 악화는 의료민영화 논의를 앞당기게 될 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의사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교육과정이나 임상 실습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생 한 명 당 충분한 교육과 실습 기회가 필요한데 증원으로 인해 이러한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장에 내년에 증원되는 의대생들을 누가 가르칠 것인가? 마지막으로 현재 정부의 정책이 실행되었을 때 과연 필수 의료, 지역 의료 인력 확보가 가능한가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이다. 의사의 숫자를 늘려서 필수 및 지역 의료 인력 확보를 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정부의 바람일 뿐이다. 일은 많은 데 보상은 적은 현재의 저수가 정책이나 환자를 보면 볼수록 의료 분쟁에 휘말린 가능성이 많은 필수과에 의대생이 많아진다고 지원자가 많아지진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이 어떻게 진료를 중단하며 환자를 버릴 수 있냐며 많은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환자를 버린 게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정부의 정책 추진에 따른 미래 의료 환경의 악화로부터 환자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분연히 일어나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수백억을 쏟아부으며 잘못된 정책을 선전하고 의사 악마화에 몰두하고 있으며 의사면허 박탈과 의협 해체를 하겠다며 겁박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행태에 마지막으로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건 잠시 진료를 멈추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뿐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이기에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환경과 질을 제공하기 위해 선서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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