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등꽃 아래
[좋은 시를 찾아서] 등꽃 아래
  • 승인 2024.06.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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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하

등꽃 아래 앉아 있었다

따스한 오월 햇빛 아래

아이가 노래하며 놀고 있다

등나무꽃이 피어 있다

꽃등처럼 환하게 피어 있다

향기가 바람에 실려 날아다닌다

아이가 자라고 어른이 되고

세월 지난 후의 어느 오월에도

햇빛은 변함없이 따스하고

보라색 등꽃은 피어나고

지금의 나처럼 내 아이도

등나무 아래 앉아서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를 맡겠지

내 엄마가 아이인 나를 부르듯이

바람이 나를 가만히 스쳤다

문득

아득히 먼 시간 후의 내가

한그루 등나무꽃으로 피어올랐다

◇임경하= 경북 상주 출생△2016년 문학과창작 등△시집 <슬픔의 해석>

<해설> 등나무는 결국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미래로 흘러갈 시간이다. 꽃핀 등나무 아래 앉아 노래하며 놀고 있는 아이 또한 오월과 무관하지 않다. 엄마가 아이인 나를 부르듯이 바람이 나를 가만히 스쳤다는 대목에서는 바람마저도 그냥 바람이 아닌 시간을 거스르는 그런 바람이다. 등나무꽃이 주는 이미지는 꽃등이 되어 어둠을 배경에 두거나, 두지 않거나 주위를 밝히는바, 불의 또 다른 상징이 된다. 오월이 가진 아픈 기억을 애써 시인이 끄집어내어 밝히지 않아도 않아도, 등꽃이란 명사 하나만으로도 이 시는 보랏빛 슬픔에 온도를 지니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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