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의 믿음을 통한 안전선진국으로 도약

중국 전국시대 때 상앙이 재상을 지낼 당시 진나라가 여러 나라를 흡수 통일하면서 나라 안팎이 어수선했던 탓에 중앙에서 하달되는 명령이 빈번히 현장 관리자와 백성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 어느 날 상앙이 효공에게 아뢨다. “지금 이 상태로는 나라를 온전하게 끌고 갈 수가 없습니다. 강력한 법치로써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큰 혼란이 벌어질 것입니다” 효공도 상앙과 같은 생각이었지만 그 전에 백성들에게 법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뜻을 전하자 상앙은 성벽에 막대기를 세운 뒤 ‘이것을 북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 금화 50냥을 주겠다’고 방문을 써 붙였다. 백성들은 이를 믿지 않았지만 호기심 많은 한 사람이 막대기를 북문으로 옮기자 상앙은 약속대로 금화 50냥을 내렸고 소문은 나라 전체에 퍼졌다. 그 뒤 적당한 때에 법률을 공포했고 백성들은 국법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돼 2022. 1. 27부터 시행됐다. 가깝게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2020년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세월호 사고,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이 모티브가 돼 여러 진통 끝에 제정된 법은 중대산업재해는 물론 중대시민재해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적용 범위, 처벌대상, 이행사항 등의 모호성으로 인해 제정 단계부터 노사 모두에게 믿음을 줬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도 이 법에 대한 불만만 쌓이는 듯하다. 어떻게 해야 믿음을 줄 수 있을까?

먼저 이 법이 태어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 소방법 등 안전·보건에 관한 여러 법률이 있음에도 획기적인 재해감소의 성과가 없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기업, 정부, 지자체 등이 국민을 위한 안전·보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의 경영책임자, 정부지자체장 등이 이와 같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적용해서 사고 없는 산업현장과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핵심 이유일 것이다. 여기서 ‘사고 없는 산업현장과 대한민국’이 바로 금화 50냥에 해당하는 인센티브가 아닐까? 혹시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제목에서 나오듯이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의 그늘에 가려 이 굉장한 인센티브를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어쩌랴 이것도 “못하면 벌받는다”는 믿음의 한 시그널인 것을….

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안착을 통한 사고 없는 산업현장을 위해 체계구축을 위한 위험성평가, 자율안전관리체계 구축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이러한 지원을 받음으로써 ‘사고 없는 산업현장과 대한민국’으로 간다는 믿음이 확실히 심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