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영업자로부터 경험한 이상한 서비스.
#1 모바일 주유권을 기프티콘 상품권으로 선물 받았다.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것이라 방법을 잘 몰라 사무실에 있는 주유소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차를 주유대에 세우라고 하더니 자기 자리에서 하던 일을 계속한다. 잠시 후 직원은 밖으로 나와서 화면에 등장하는 순서대로 따라 하라며 가르쳐 주고는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주유기가 작동하지 않아 다시 도움을 청했더니 그제야 내 차의 주차 위치가 잘못되었고 주유기를 아래로 내려 사용해야 한다며 나무란다.
#2 동네 문구점에 갔다. 구매할 상품을 가게 주인에게 말했더니 앉은 자리에서 진열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상품을 찾을 수 없어 주인을 바라보니 이번에도 역시 손가락으로 그 옆 진열대를 가리킨다. 거기에도 없다고 하니 그제야 일어나 자신의 옆자리를 둘러보더니 종이상자를 찾아서 그 안에 든 상품을 꺼내준다. 고객인 내가 왜 찾는 수고를 거듭하고 꾸지람을 들으면서까지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미국의 오프라인 슈퍼마켓, 트레이더 조(이하 ‘트조’)의 성공 신화가 생각났다. 고객이 찾는 단돈 1달러짜리 상품을 찾기 위해 종업원이 20분 동안 창고를 뒤져서 고객에게 전해준 이야기, 계산대의 직원이 고객이 미처 보지 못하고 장바구니에 담은 상한 식품을 골라내 바꾸어 준 이야기. 효율을 생각하면 무모한 일들을 트조는 서슴없이 실천한다. 고객 중심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난 60년간 최우선시한 결과다. 트조는 미국 내 모든 소매업 브랜드 중 고객만족지수 1위이자, 면적당 매출액이 최고다.
언론은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연일 보도한다.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 높은 금리, 최저임금 상승 등이 자영업들을 한계상황으로 몰아갔다고 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그리고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지지는 않는다. 자영업자가 흘리는 눈물의 폐업은 결국 자영업자들의 사업 실패 결과다. 1년 사이에 천여 곳의 탕후루 가게가 생겼다가 급속히 사라졌다. 철저한 사업 준비도 없이 그저 인기에 편승해 소매 창업을 한 결과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거의 백만에 달한다. 그 가운데 사업 실패로 폐업한 자영업자가 부지기수다. 현재 자영업자 출신 실업자는 월평균 2만 6천 명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올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약 20% 정도다. 선진국의 2∼3배 수준으로 이 땅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사업의 실패는 무엇보다 사업의 기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사업 현장에 뛰어든 결과다. 특히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가’를 아는 자영업자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귀농해서 농사를 짓더라도 농업에 관한 기술과 판로 등에 관한 지식을 익히고 준비한 후에 시작한다. 그런데 생계형 자영업자는 대부분 고객과 비즈니스에 대한 충분한 지식도 없이 무모하게 창업해 허무하게 폐업한다.
성업과 폐업을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일까. 앞서 게재한 칼럼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터라 또다시 강조하는 것이 다소 식상하고 민망한 마음도 들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업 성공의 핵심이 고객중심경영과 마케팅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성업 중인 기업들은 진정성, 가성비, 고객 만족을 철저히 실천한다. 최고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고객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며, 고객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여겨 해결해 주는 진정성을 갖춘다. 그럴 때 고객은 늘 감동하며, 사소한 불편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오히려 팬덤이 되어 마케터를 격려하며 지지한다.
정치권에서는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지원이 일시적 방책은 되겠지만 위기 극복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정부는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를 잘 파악하여 제대로 도와주어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바른 방도를 찾아서 성업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사업 철학과 실질적인 비즈니스 지식을 체화하여 고객만족경영과 마케팅을 제대로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바지의 품이 좁아 동네 세탁소에 수선을 맡겼다. 주인은 바지 둘레를 여러 차례 재보다가 나의 허리둘레까지 직접 재보고 나서야 수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나의 동의를 구했다. 이처럼 세심히 판단하고 고객의 의견을 중시하는 자세에 감동했다. 고객의 입장을 존중하는 그 가게는 분명 성업하리라 믿는다. 사업의 최우선 과제는 고객을 존중하고,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고객이 원하는 방식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다.
위기의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우리 모두 힘을 보태야 하겠다. 우리가 그들의 진정한 이웃이 될 때 이 일은 가능하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