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하순 어느 날, 비가 내리는 울란바토르를 떠나 남쪽으로 길을 나섰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아래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보기 위해서다. 몽골의 가장 큰 아이막(우리의 행정체계로는 도에 해당하는 단위)인 ‘으믄 고비’의 사막지대 ‘홍고링 엘스’ 흔히 ‘고비 사막’이라고 부르는 곳이 우리의 주 목적지였다. 7~8년 전인가? 그때는 이곳을 찾을 때 비행기를 이용했었다. 이번에는 차량으로 이동한다기에 더 기대에 찬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이제 몽골의 주요도시 간 도로망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십여 년 전에 비해 여행의 패턴이 달라진 것 같다. 물론 이런 주요도로를 벗어나면 길 아닌 길, 들판을 달려야 하니 몽골 여행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오프로드를 달리는 즐거운 고생은 변함없다.
으믄 고비의 주도인 ‘달란자드가드’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목적지로 향했다. 이 부근은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 끝나면 바로 산이 불쑥 솟아나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주봉아래 산들이 첩첩이 쌓여가는 우리의 산세와 달리 비슷한 높이의 산이 길게 이어지는데 그 능선이 날카롭다. 가까이 다가서보면 흡사 빙하가 흘러내린 것처럼 퇴적암 부스러기들이 골짜기 마다 쌓여있다. 극한의 기후와 바람 등이 이런 모양새를 만들고 있다. 나무 한그루 제대로 없는 붉은 색의 바위산은 맑은 빛깔의 화강암과 우거진 숲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의 우리 산세와 사뭇 달라 낯설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자연의 조건들은 각자의 심성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다.
바람도 불고 비도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끝없이 펼쳐진 거친 들판을 달리다 우연히 모험가들을 만났다. 그렇다 그들은 여행자가 아니라 모험가라고 불러 마땅하다. 누군가 일본·몽골 양 국기를 오토바이에 매단 채 홀로 길을 달리고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서로 주먹인사를 나누니 내리는 비에 장갑이 푹 젖어있다. 숨결도 거칠었다. 일본 교토에서 왔단다. 50대로 보이는 그는 여행 유튜버인 것 같았다.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을 달렸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에는 자전거로 혼자 힘겹게(정말 힘겨울 수밖에 없는 길이다) 페달을 밟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로마 인근에 사는, 역시 50대로 보이는 이탈리아 아저씨인데 14개월 째 자전거로 여행 중이란다.
우리가 하룻밤 머물 사막의 캠프에 거의 도착 할 무렵, 벌써 일본 바이크 탐험가는 인근 캠프에 도착 해 있다. 그는 이런 여행에 상당한 노하우를 갖춘 것 같다. 그러나 이탈리아 친구는 우리가 만난 지점에서 캠프까지, 해지기 전에 자전거로는 도저히 도착 할 수 없는 거리였다. 아마도 황무지 아무 곳이나 아니면 간간이 보이던 유목민 게르 옆에 텐트를 치고 잘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여 걱정스러웠다. 어쩌면 낯선 이를 환영하고, 문제가 있으면 적극 도와주려는 유목민들의 심성대로 그를 자신들의 게르에 식사와 함께 하룻밤 초대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일행이 목적지 부근에서 길을 못 찾아 헷갈려 할 때 어쩌다 마주친 유목민들에게 길을 물으면 모두들 한마디씩 거든다. 어떡하든 도움을 주려는 그들의 마음이 눈에 선연히 보일 정도다. 우리도 길을 가던 중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만났다. 3대 일가족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차량이 목적지를 한참이나 남겨놓은 지점에서 고장이 났다. 마침 우리와 같은 캠프장이어서 몇 명을 태웠다. 그런데 문제는 길의 사정이었다. 늘어난 무게에 계속 차량바닥이 심하게 긁힌다. 우리의 마음은 애가 타는데 차량소유자인 가이드 겸 운전수는 태연하다. 이런 곳에서는 도움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만 하며--- 울란바토르에 돌아와 확인해 보니 차량 하부에 문제가 조금 생겼단다. 그래도 마치 이런 일에 후회의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무심한 태도다. 그는 몽골 여인을 아내로 둔 한국인이다.
전후좌우 완전한 평면, 끝없는 지평선만 그어진 들판의 도로를 달리다 트럭의 덩치에 가려 앞을 보기 어려울 때 그들은 우회전 깜빡이를 통해 안전한 추월을 도와준다. 사막 또는 사막화되어가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훨씬 가혹하다. 여기는 누군가에게 도전의 땅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많은 관광객이 무시로 드나드는 고비사막이지만 사실 이런 곳을 혼자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를 포함 한 상당수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일종의 문법(?)에 따라 여행하는 것에 비하여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며 길을 열어가는 이들의 탐험 같은 여행은 자신을 한층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으믄 고비의 주도인 ‘달란자드가드’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목적지로 향했다. 이 부근은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 끝나면 바로 산이 불쑥 솟아나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주봉아래 산들이 첩첩이 쌓여가는 우리의 산세와 달리 비슷한 높이의 산이 길게 이어지는데 그 능선이 날카롭다. 가까이 다가서보면 흡사 빙하가 흘러내린 것처럼 퇴적암 부스러기들이 골짜기 마다 쌓여있다. 극한의 기후와 바람 등이 이런 모양새를 만들고 있다. 나무 한그루 제대로 없는 붉은 색의 바위산은 맑은 빛깔의 화강암과 우거진 숲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의 우리 산세와 사뭇 달라 낯설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자연의 조건들은 각자의 심성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다.
바람도 불고 비도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끝없이 펼쳐진 거친 들판을 달리다 우연히 모험가들을 만났다. 그렇다 그들은 여행자가 아니라 모험가라고 불러 마땅하다. 누군가 일본·몽골 양 국기를 오토바이에 매단 채 홀로 길을 달리고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서로 주먹인사를 나누니 내리는 비에 장갑이 푹 젖어있다. 숨결도 거칠었다. 일본 교토에서 왔단다. 50대로 보이는 그는 여행 유튜버인 것 같았다.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을 달렸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에는 자전거로 혼자 힘겹게(정말 힘겨울 수밖에 없는 길이다) 페달을 밟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로마 인근에 사는, 역시 50대로 보이는 이탈리아 아저씨인데 14개월 째 자전거로 여행 중이란다.
우리가 하룻밤 머물 사막의 캠프에 거의 도착 할 무렵, 벌써 일본 바이크 탐험가는 인근 캠프에 도착 해 있다. 그는 이런 여행에 상당한 노하우를 갖춘 것 같다. 그러나 이탈리아 친구는 우리가 만난 지점에서 캠프까지, 해지기 전에 자전거로는 도저히 도착 할 수 없는 거리였다. 아마도 황무지 아무 곳이나 아니면 간간이 보이던 유목민 게르 옆에 텐트를 치고 잘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여 걱정스러웠다. 어쩌면 낯선 이를 환영하고, 문제가 있으면 적극 도와주려는 유목민들의 심성대로 그를 자신들의 게르에 식사와 함께 하룻밤 초대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일행이 목적지 부근에서 길을 못 찾아 헷갈려 할 때 어쩌다 마주친 유목민들에게 길을 물으면 모두들 한마디씩 거든다. 어떡하든 도움을 주려는 그들의 마음이 눈에 선연히 보일 정도다. 우리도 길을 가던 중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만났다. 3대 일가족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차량이 목적지를 한참이나 남겨놓은 지점에서 고장이 났다. 마침 우리와 같은 캠프장이어서 몇 명을 태웠다. 그런데 문제는 길의 사정이었다. 늘어난 무게에 계속 차량바닥이 심하게 긁힌다. 우리의 마음은 애가 타는데 차량소유자인 가이드 겸 운전수는 태연하다. 이런 곳에서는 도움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만 하며--- 울란바토르에 돌아와 확인해 보니 차량 하부에 문제가 조금 생겼단다. 그래도 마치 이런 일에 후회의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무심한 태도다. 그는 몽골 여인을 아내로 둔 한국인이다.
전후좌우 완전한 평면, 끝없는 지평선만 그어진 들판의 도로를 달리다 트럭의 덩치에 가려 앞을 보기 어려울 때 그들은 우회전 깜빡이를 통해 안전한 추월을 도와준다. 사막 또는 사막화되어가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훨씬 가혹하다. 여기는 누군가에게 도전의 땅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많은 관광객이 무시로 드나드는 고비사막이지만 사실 이런 곳을 혼자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를 포함 한 상당수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일종의 문법(?)에 따라 여행하는 것에 비하여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며 길을 열어가는 이들의 탐험 같은 여행은 자신을 한층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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