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유효한 의의 제기
150장 사진으로 생생하게 전달
20세기 위대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작품을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그가 자연광을 통해 친환경 건축을 추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책은 사용자의 위생과 환경을 고려해 자연광을 활용한 르코르뷔지에의 자연 친화적 건축을 최초로 집중 조명했다. 삼성건설에 재직하며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다양한 건설 경험을 쌓고, 르코르뷔지에의 정신을 이어받은 앙리 시리아니 교수 밑에서 수학한 르코르뷔지에 전문가인 저자는 르코르뷔지에 건축에 나타나는 자연광을 통한 건축의 의도와 성과, 친환경 건축의 의미를 살펴본다.
저자는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에서 자연광이 단순히 특정 장소를 밝히는 일차적 기능을 넘어서 사용자의 위생을 중시했음을 밝히며, 공간적, 상징적으로도 큰 의미와 효용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건축이 추구하는 친환경적 지속가능성의 건축을 그러한 인식조차 전혀 없었던 20세기 초에 이미 르코르뷔지에가 시도한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각은 르코르뷔지에가 세운 중요한 건축 이론들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는 가능성을 열었다. 20세기 근대건축이 지역의 기후와 문화를 등한시했다고 본 기존의 역사적 시각을 뒤집으며, 기후위기로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오늘날 건축계에도 유효한 의의를 제시한다.
르코르뷔지에가 마주한, 건축에서의 자유로운 공기와 충만한 빛은 너무나 소중히 다뤄야 할 주제였다. 그에게 건축이란 시간과 중력, 공간, 빛 같은, 사물들의 질서를 조심스럽게 구축하는 보이지 않는 법칙을 표현하는 것이면서 그 안에 사는 소중한 인간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르코르뷔지에의 1920년대 건축 이론을 집약한 ‘새로운 건축의 다섯 가지 요점’을 통해 그가 위생과 직결된 환기와 빛을 도입한 이유를 살펴본다. 특히 고온다습해 기후적으로 열악한 지역에서 그가 구사한 친환경적 배려를 추적하고 그 의미를 살펴본다. 150여 장의 풍부한 사진과 설명을 곁들여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에 나타나는 빛과 색의 향연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