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라운드 중 교체돼 5연속 득점
헝가리와 점수차 벌리며 ‘승기’
선배들 올림픽 도전사 이어 받아
대구 오성고 출신의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은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의 뉴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의 일원으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대표팀 신예다.
도경동은 김정환, 김준호 등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원조’ 어펜져스의 바통을 이어 받아 1년 후배 박상원(대전광역시청)과 함께 서게 된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올림픽 3연패 달성이라는 신화를 창조한 주역이 됐다.
그의 이번 파리 올림픽 첫 무대는 결승전이었다. 준결승전까지 단 한차례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 3연패의 여정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해내며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도경동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헝가리와 결승전에서 30-29로 쫓기던 7라운드 시작과 함께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과 교체해 처음으로 피스트를 밟았다.
프랑스와 준결승전 직후 ‘뛰지 못해 근질근질하다’고 말하던 도경동은 결승전에서 맘껏 자신의 기량을 펼쳤다. 팀 내 가장 공격력이 날카롭다는 원우영 대표팀 코치의 평가처럼 연속으로 5점을 몰아치며 상대 선수 크리스티안 러브를 압도했다. 그의 ‘폭풍 5득점’ 덕분에 한국은 7라운드에서 35-29로 벌리며 3연패 달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4월 입대한 도경동은 10월 전역할 예정이었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특례 혜택 대상자가 되면서 두달 가량 빨리 전역을 하게 됐다. 도경동은 “선수로서 최종 목표인 금메달의 꿈을 이뤄 기쁘다”며 “개인적인 기쁨보다 우리 펜싱의 새 역사인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하게 돼 너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고교 선배이자 맏형 구본길은 도경동이 결승전에서 넘치는 활력과 투지로 흔들리던 자신을 잡아줬다고 칭찬했다. 구본길은 “8강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경동이에게 크게 혼났다. ‘형, 왜 자신이 없냐, 자신 있게 해야 한다’고 화를 내더라”라며 “그 말을 듣고 ‘그래 내가 잘할게, 한 번 자신 있게 해볼게’라고 답했다”고 털어놨다. 원우영 대표팀 코치도 “(경동이는) 꾸준히 훈련하고, 성실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도 잘했다. 최고”라고 도경동을 칭찬했다.
올림픽 마지막 무대에서 ‘금빛 라스트 댄스’를 펼친 선배 구본길의 올림픽 도전사를 이어 받은 도경동이 4년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벌어지는 제34회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의 역사를 다시 쓰기를 기대한다.
이상환기자 lees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