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립 중요성 증진 소망
국가권력과 맞서는 용기 필요
정치적인 압력에서 독립해야”
노경필(59·사법연수원 23기)·박영재(55·22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 후보자 임명안은 무기명 투표에서 재석 의원 283명 가운데 찬성 272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박 후보자 임명안은 찬성 269명, 반대 12명, 기권 2명으로 의결됐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노 후보와 박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난달 22일과 24일 각각 진행한 뒤 이들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헌법에 따라 대법관 임명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함께 임명이 제청됐던 이숙연(55·26기) 대법관 후보자는 자녀의 비상장회사 주식 매수와 서울 재개발구역 빌라 구입 과정에서 속칭 ‘아빠 찬스’가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보류됐다.
6년의 임기를 마치고 1일 퇴임식을 가진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판결에 대한 거친 비난을 지적하며 사법부 독립에 대한 우려를 피력했다.
노정희(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 퇴임사에서 “최근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 대신 즉흥적이고 거친 언사로 비난하는 일 등이 잦아지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사법부 독립의 뿌리를 갉아먹고 자칫 사법부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용기를 꺾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고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선수 대법관(연수원 17기) 역시 “(법관은) 국가권력이라는 수레바퀴와 함께 회전할 수 밖에 없는 하나의 톱니가 아니라 수레바퀴 외부에 존재하는 제동장치”라며 “필요하다면 국가권력 전체와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배 법관들을 향해 “사회가 아무리 혼란스럽고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이라도 냉정하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함으로써 사회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담당 사건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에는 판사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국회를 향해 “판사 증원에 대해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구했고, 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도 주문했다.
이동원(연수원 17기) 대법관은 “법관은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즉 법관 자신의 개인적 소신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의 자리에 서는 사람들은 항상 사람이 지배하는 재판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법관들 사이에 법령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될 때 헌법 가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십년 동안 법관 생활을 한 세 명의 대법관이 퇴임사를 통해 동시에 사법부 독립이라는 화두를 던진 건 이례적이다. 이에 최근 정치권에서 잇따라 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법원 내부가 동요하는 것을 경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도하기자 formatown@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