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너그러워진다
불같은 성냄도 급함도 고집도
얽히고설킨 매듭 풀리듯이 너그러워진다
보고도 못 봤다고 억지 부리고
모르는 일이라고 우기고
편 가르듯 가짜 뉴스로 말한다면 치매다
칡과 등나무의 얽힘을 보거든
개울가에 나와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라
물살은 수많은 돌과 부딪치며
맑아지고 유순해진다
어디 막힘이 있는가
배배 꼬이고 얽힌 것
칼로 과감하게 잘라
흐르는 물이 되어 매듭을 풀리라
불혹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순의 나이가 넘어도
너그럽지 않으면 치매다
◇민창홍= 충남 공주 출생. 1998년 계간 『시의나라』와 2012년 『문학청춘』 등단.▶시집 『금강을 꿈꾸며』, 『닭과 코스모스』, 『캥거루 백을 멘 남자』, 『고르디우스의 매듭』,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 ▶제4회 경남 올해의 젊은 작가상, 경남시학 작가상, 옥조근정훈장 수상. 2015 세종도서 나눔 우수도서 선정. ▶마산교구가톨릭문인회, 마산문인협회, 문학청춘작가회, 민들레문학회 회장, 성지여고 교장 역임. 현재; 경상남도문인협회(한국문협 경남지회) 회장
<해설> 얽히고설킨 매듭을 어찌 풀 것인가? 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함께 이 시가 시사하는 바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이념적, 편파적 갈등까지도 넌지시 살피고 있다. 보고도 못 봤다고 억지 부리고 모르는 일이라고 우기는 상황을 통해 단단히 고리화 되어 있음을 우려하면서 나름 답을 제시하는, 그런 시로 읽힌다. 배배 꼬이고 얽힌 것, 칼로 과감하게 잘라 흐르는 물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것이며, 현재 시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이에서 오는 불같은 성냄도 급함도 고집도 순탄하게 풀어내는 처방을 시인은 그 무서운 말 “치매”라는 호통으로 후려치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