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오픈 출전 땐 8강서 기권
몸 상태 맞춰 ‘공격 운영’ 터득
올림픽 부담감에 ‘낭만’ 떠올려
28년만에 대표팀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안긴 ‘셔틀콕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순조롭게 획득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열린 그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두 달여 만에 국제종합대회를 제패한 그는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첫 검진에서 2주 재활 진단이 나오며 큰 부상을 피한 듯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이후 석 달을 암울하게 보내며 지난해를 아쉽게 마무리했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후 5주 동안의 휴식·재활을 가진 뒤 출전했던 3개 대회에서 모두 결승전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말 안세영은 “올해 초반은 80∼90점이지만 후반은 50점 정도다. 제가 이뤄냈던 걸 생각하면 빨리 (컨디션이) 올라와야 하는데 예상보다 늦어져서 아쉽고 힘들다”고 돌아봤다.
올해 들어 그는 부상 여파로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을 보였다. 안세영은 지난 1월 말레이시아오픈에서 부상 복귀 후 처음으로 우승을 이뤘다. 하지만, 그다음 주 인도오픈에서는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8강에서 기권했다.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안세영은 3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고 일주일 뒤 전영오픈에선 체력 난조로 준결승에서 패했다.
5월 안세영은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자신의 부상이 단기간 내 좋아질 수 없는 상황임을 고백한 것. 그에 따르면 재검진에서 올림픽 무대에서도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한다.
‘아이 캔 두 잇’(I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이라고 적힌 손등 사진을 함께 올렸던 안세영은 한 달 뒤 정말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림픽 전 마지막 국제대회 출전이었던 싱가포르오픈에서 우승, 일주일 뒤 인도네시아오픈에서 준우승한 것이다. 안세영이 2주 연속 국제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부상 복귀 후 처음이었다. 무릎 통증에 잘 적응하면서 동시에 현재 몸 상태에 맞는 공격적인 운영 방식을 잘 장착한 것으로 보였다.
자신감을 얻은 안세영은 지난달 미디어데이에서 “파리에서 낭만 있게”라는 포부를 밝혔다. 올림픽까지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과정을 잘 채워나간다면 그 끝에는 금메달이라는 목표가 자연스레 뒤따라올 것이라는 마음가짐이었다.
올림픽 무대가 주는 부담감에 힘들 때도 안세영은 ‘낭만’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예선 1차전을 이기고도 “긴장을 많이 해서 많이 헤맸다. 실력의 70%도 발휘하지 못해 부끄럽다”고 말했고, 2차전 뒤에는 “지면 끝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좀 숨도 막힌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후 16강 부전승으로 8강에 직행한 안세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강심장과 강철 멘털을 자랑하며 우승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예선 1차전을 마친 안세영은 ‘어떤 수식어가 가장 맘에 드나’라는 질문에 “스타 이스 본(A Star Is Born)”이라고 답했다.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지내고 세상에 나온다. 안세영이라는 ‘스타’도 인고의 열 달을 보내고 마침내 이번 올림픽을 통해 ‘탄생’했다.
이상환기자 lees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