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천이 누렇게 떠있다
새로 난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눈 찌르며 뛰어드는 이방인
강렬한 생명력은 절개지의 벼랑 끝에서
머리칼 날리고 있었다
산을 감싸고 올라간 그물코에 걸린 비늘의 태생은
발목 잘린 나목의 흐느낌처럼
거슬러 오르려는 세찬 몸부림의 흔적이었다
밀려오는 물결들
한 핏줄을 침범한 징후는
개천에서 산언덕에서 지천으로 넘실댄다
조용하던 산천 몸살을 하면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날아가는 어설픈 기억들
한여름을 노랗게 풀어놓고 있다
끈적임에 중독된 사연들이 일몰과 함께 저물어 간다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신 새벽의 닭 울음소리처럼
빛의 실마리는 언제나 어둠에서 틈을 냈고
땅심 깊이 생명을 피워내고 있었다
◇신은겸= 오늘의 문학(1989), 시 등단오늘의 문학(1989), 시 등단. 1987년 충주mbc 가을 시 공모전 금상, 제2회 대전 여성백일장 장원 등. 시집 “지붕 고치는 날” 2020, “자전하는 여자” 2023 가 있음.
<해설> 보기에는 연약해서 일제히 바람에 흔들릴 때는 그 노랑의 울렁거림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마구 흔드는 손짓처럼 느껴지는 꽃, 특히나 도로가 절개 면에 착! 달라붙어 뿜어지는 차량의 매연에도 환하게 웃은 꽃, 그게 금계국이 아니던가. 노랑을 싫어하는 친구가 홧김에 제초제를 뿌렸는데, 다른 풀들은 다 죽었는데도 끝끝내 죽지 않더라는 그 꽃이, 마치 눈 찌르며 뛰어드는 이방인 혹은 난민을 보는 듯, 이주노동자를 보는 듯, 그러나 한때 전쟁의 수난에서 살던 터를 버리고 단지 살기 위해 연해주로 혹은 아메리카의 어느 섬 사탕수수밭에, 낯설고 물선 땅 탄광에, 흩어져 살수 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 수난의 난민사를 보는 듯, 노란 흔들림에 가슴은 찡해져 오고.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