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선] 대구시의 문화예술 정책, 더 세심한 관심을 기대한다
[현장의 시선] 대구시의 문화예술 정책, 더 세심한 관심을 기대한다
  • 승인 2024.08.0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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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옥 문화부 차장
예술은 특수한 분야다. 경제논리로 접근할 수 없는 예외적인 요소들이 다분하다. 물질이 아닌 정신의 영역을 다루는 특성으로 계량화가 불가능하고, 효율성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수혜자 각자의 내면에 미친 영향을 공연장이나 미술관의 입장료 수입으로 예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나의 공연이나 전시를 보고 감동한 누군가는 멀거나 가까운 미래에 세계적인 예술가로 우리 앞에 등장하기도 하고, 삶이 절박해 생의 끈을 놓으려던 누군가는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 같은 극적효과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사람들은 예술을 통해 위로 받으며 내적인 품격을 다잡는다.

대구는 문화예술 부문에서 한강 이남에서 단연 선두를 달린다. 일찍부터 각 대학에서 배출된 풍부한 문화예술 인프라는 대구문화예술을 떠받드는 원동력이 됐고, 지역 곳곳에 들어선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의 현대적인 하드웨어가 더해지면서 대구의 문화예술은 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20여 년 전부터 대구시가 대구국제오페라축제나 대구국제뮤지컬축제 등의 문화예술 콘텐츠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면서, 대구의 문화판은 꿈틀거렸다. 여기에는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자 품격 있는 삶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강해졌고,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부각된 흐름이 있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예술을 주도하는 환경이 열린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대구 문화예술 부문의 성장이 시대적인 흐름과 대구 행정의 의지의 결과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 빼 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주역이 있다. 그들은 대구시 산하 문화기관에 소속된 문화행정 인력들이다. 15년 여를 지켜본 필자의 입장에선 어쩌면 지금의 결실들이 그들이 쌓은 우골탑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들은 지난 20여년간 헌신적으로 일해 왔다. 타 업종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연봉과 불안정한 고용형태, 휴일과 주말을 반납해야 하는 업무환경을 긴 시간 동안 견뎌왔다. 그 땀방울들이 지금의 대구 문화예술 성장의 견인차가 됐다.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대구의 문화예술은 대구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특히나 대구시의 각종 경제지표나 사회지표들이 광역도시들 중에서 고무적이지 않은 현실에 비춰보면, 대구 문화예술의 약진은 더욱 크게 부각된다.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에 지정된 것은 그 정점에 있으며, 이는 대구 시민들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지난 20여년이 대구 문화예술의 성장기였다면, 이제는 한 단계 더 올라서는 도약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대구문화예술계는 현재 대구예술의 현실을 “어둠의 시대”라고 한탄한다. 대구시의 중요한 정책 현안인 부채 절감 의지에 따라 긴축재정이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라 대구문화예술계의 예산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물론 큰 틀에서 대구시의 로드맵은 계속되는 지역의 침체를 개선할 유의미한 결정이 될 수 있다. 또 그런 방향성에 부응하기 위해 문화예술계는 축소된 예산에도 최선을 다해왔다.

그들이 예산 축소에도 콘텐츠의 질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기댄 것은 조직원들의 높은 전문성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이 새로운 자리로 발령이 나면서 문화 현장은 이중고를 겪게 됐다. 전문성을 갖춘 대구오페라하우스 직원 7명이 동시에 기획경영본부와 대구콘서트하우스, 관광본부 등으로 이동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 예정된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생각해보면 다양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장기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은 것이 문제다.

살다보면 새로운 댐을 쌓기도 하고, 새로운 물줄기를 내야 하는 일도 생긴다. “더 잘 살아보자”는 것이니 공동체의 일원이라면 동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큰 둑을 막느라 작은 둑을 등한시하면, 그 작은 둑이 시간이 지나 재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구시 전체 차원에서 대구의 문화예술 분야는 작은 둑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둑이 대구시민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높이는 자원이라면 섬세한 운영이 필요한 법이다. 운영의 묘는 이럴 때 발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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