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추녀 끝
녹아내린 방울 알알이
똑똑 내 마음 두드린다.
댓돌에 톡톡톡 화엄경 새기며
<감상> 물방울 사진이 영롱합니다. 영롱한 물방울에서 낙숫물 소리를 듣습니다. 대웅전 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이고 보면 얼마나 정갈하겠습니까. 당연히 마음을 두드리는 울림이 있겠지요. 아마도 시인은 비 오는 어느 산사를 혼자 찾은 날의 호젓힌 한 때를 떠올리고 있는 듯합니다.화엄경이란 부처님이 깨달음의 경지와 그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설한 경전이라 전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그 그 중심 사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댓돌에 화엄경을 새기‘는 이 작품의 시적 전언은 무엇일까요? 화엄경을 새기기가 힘들다는 것이기도 하고, 새겨진 화엄경은 없이지지 않는 다는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댓돌‘은 딱딱한 마음의 비유이기 때문입니다. 마음 괴로울 때, 화엄경을 새겨볼 일입니다. 탐진치(貪瞋痴)의 번뇌는 모두 마음이 일으키는 일, 일체유심조일 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