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돈키호테, 햄릿 그리고 홍익인간
<팔공시론>돈키호테, 햄릿 그리고 홍익인간
  • 승인 2011.03.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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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중리초등학교 교장

계명대학교 뒷산은 높이가 250.9m이고 활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궁산(弓山)이다. 새벽 일찍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넓은 이 산을 찾아 대구 시내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고함을 지르며 하루를 열어가고 있다.

문득 궁산(弓山)의 포용(宏)에서 `홍(弘)’의 글자가 생각났다. 뜻을 나타내는 활궁(弓)부수와 음을 나타내는 굉(宏)의 생략형 마늘모(?)부수로 이루어진 형성문자의 글자인 홍(弘=弓+?)은 `크다, 넓다, 널리, 포용, 너그러이’로 흔히 쓰인다.

교육기본법에서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한국 최초의 나라로 여겨지는 고조선의 건국신화에서, 천신인 환웅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시조 단군을 낳고 나라를 열게 되는데, 이때에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한 이념을 갖고 있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홍익인간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으로 교육법 제2조에서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최고의 생각, 의식, 개념, 내용이나 견해를 이념이라고 한다면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까?

세상의 인간 유형을 보통 두 종류로 나누는데 돈키호테형과 햄릿형이라고 한다. 돈키호테형하면 사실보다 과장하여 터무니없이 헛된 생각을 하는 과대 망상적이고 자기가 정의라고 믿는 일에 대해서 무분별하게 덤비는 인간의 행동적 성격을 말한다. 돈키호테는 무용담을 너무 많이 읽어서 현실과 상상 사이를 혼돈 하며, 엉뚱하고 공상을 좋아한다. 그리고 의협심도 있고 용기도 있으나 너무 지나친 행동을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돈키호테의 소설에도 벌써 대비되는 깡마르고 빼빼하며 동작이 재빠른 키하나 노인과 뚱뚱하고 미련스러우며 동작이 느린 산초가 등장한다. 이 등장인물에서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그리며 대조적인 인물 성격을 파악하면서 책을 읽으면 재미에 빠진다. 매번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저돌적인 성격의 돈키호테는 언제나 기사처럼 정의를 위해서 싸운다고 믿고 있다. `그는 세상을 우습게 알았도다.’ 돈키호테의 묘비에 있는 글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가혹한 운명을 그대로 견디는 것이 장한 것이냐, 아니면 막아내려고 시도라도 해 보는 것이 옳은 일이냐? 죽는다는 것은 잠든다는 것, 다만 그것뿐이겠지. …….`는 햄릿의 독백이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우울증 환자이고 아주 내성적이며 유약하기 짝이 없는 행동성이 결여된 인물이다.

햄릿의 성격에서 낭만주의자들이 그려보는 `베르테르’적 성격의 일면은 매우 행동적이다. 또 `르네상스’적 인간의 특징도 가장 잘 나타낸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서로 모순되는 상반된 모습이 복잡하게 공존할 때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이 점에서 주인공 햄릿은 매력적일수도 있다.

유약한 어떤 지성인의 행동이 사색으로 방황의 이정표를 찾으려 할 때 햄릿의 매력은 없어지고 단지 우물쭈물하는 행동의 소유자로 낙인찍기 쉽다. 그러나 경험이 인간의 깨달음을 알 때, 그러한 깨달음의 능력이 무한정하고 외부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 특히 날카로울 때, 어떤 젊은이가 인생 경험에 대처한다고 가정을 해 보자.

`비록 그것이 주인공 햄릿으로 하여금 사건의 전개가 비극으로 끝나게 하는 것이지만’ 다양한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햄릿은 주인공의 성격이 사건 전개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성격극이기 때문이다. 교육자는 돈키호테형과 햄릿의 유형 중 어떤 사람이 과연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현시키는데 더 유익할까?

그리고 학생들은 저돌적인 유형과 우유부단 하는 유형 중 어느 방향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이 홍익인간의 이념과 목적에 가까이 접근할까? 홍익인간 교육은 방법적인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이 우선 얼마만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하는가의 인간교육에 관한 문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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