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못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이 여야 의원 6명이 재판을 받고 있는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불법 후원금 수사의 핵심 근거였다. 행안위 소속이었던 이들 의원들이 행안위 소관 업무인 `청원경찰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입법’을 부탁받으면서 청목회 회원 개인들의 이름으로 받은 후원금이 문제가 된 것이다.
피고인 가운데 3명이 행안위에 소속된 가운데 자신들의 손으로 처벌 근거를 없애려는 나쁜 의도여서 비난의 수위가 높았다. 특히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돼 상임위 법안소위를 거쳐 전체회의를 통과하려면 1년은 기다려야 함을 감안하면 자신을 구하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똘똘 뭉친 이들의 소행은 정치생명을 끊어 놓아야 할 만큼 가증스럽다.
여론의 맹공을 받은 개정안이 휴지조각으로 변할 운명이었던 참에 중앙선관위가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후원과 중앙당 및 시ㆍ도당 후원회 설립과 모금을 허용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니 논란이 일 것은 당연하다. 이 정치자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각 정당이 기업과 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1997년 이른바 `오세훈법’에 따라 폐지된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와 정당후원회의 부활이 목전에 다가 온 것이다. 차떼기의 악몽이 새삼 떠오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선관위가 24ㆍ25일 정치관계법 토론회에 붙일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법인ㆍ단체가 연간 1억5,000만원 한도의 정치자금을 선관위에 기탁하면 50%는 기탁자가 지정한 정당에, 나머지 50%는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에 따라 각 정당에 나눠주도록 돼 있어서 정당도 국회의원도 돈 방석에 올라앉을 길을 터놓았다. 중앙당 후원회도 연간 50억 원, 시ㆍ도당 후원회는 연간 5억 원 한도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어서 돈 풍년이 예상된다.
국회의원이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자법 개정안이 행안위에서 전격 통과되어 말썽이 된 것을 선관위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정치권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 주려는 선관위의 속셈은 무엇인가. 그렇게 돈줄을 확 풀어도 될 만큼 정치권이 청정해졌다는 말인가.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서 맡은바 소임에 열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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