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햇빛을 향해 얼굴을 유지하십시오.
그러면 그림자가 뒤로 물러날 것입니다.
-월트 휘트먼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이 독일을 꺾고 단체전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 선수단 총감독인 장재근 선수촌장은 "원팀으로 모두 같이 한마음으로 움직였다"며 그 결과를 이룬 선수들의 노고를 격려하였다. 특히 거듭 거론되는 이름도 있다. 탁구의 신유빈 선수다. "정말 칭찬하고 싶다." 는 전언을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삐약이' 신유빈(20)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보여준 승부를 향한 열의와 투지의 결과이다.
한국의 금빛 잔치에서 큰 힘을 만든 양궁, 펜싱, 사격과 함께 여자 탁구의 신유빈의 이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에 나갔던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임종훈과 함께 혼성복식 동메달, 그리고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 탁구가 대회 초반 혼성 복식으로 시작해 남녀 개인전, 그리고 후반부에는 남녀 단체전까지 개막 이후 폐막까지 계속 일정이 이어졌고 신유빈은 3개 종목에 나가 14경기를 뛰었다. 지치고 포기하고, 원망할 수도 있는 일인데도 신유빈의 얼굴은 참 밝다.
신유빈은 파리올림픽에서는 가장 어린 막내이다. 하지만 사실상 탁구 대표팀을 끌어가는 역할을 다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 모습에서 프랑스 관중들도 많은 응원을 보냈고, 고국의 펜들은 TV 브라운관을 사수하며 응원하며 집중하는 에너지를 생산하였다 그 일인 중 하나로 나도 참여하였다.
신유빈은 경기 중 작전타임 때마다 바나나, 납작복숭아, 에너지젤 등 다양한 '간식'을 먹으며 에너지를 충전시켰고, 그 모습은 중계화면에 잡혀 먹방으로 까지 화제를 모았다. 또한 열기를 시키기 위해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얹은 모습은 귀여운 병아리를 연상케 해 '삐약이'라는 애칭까지 얻는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선수 신유빈, 14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체력과 투지로 한국 탁구에 메달을 안겨주며 대회를 마무리하는 신유빈의 모습은 올림픽 경기의 정신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투쟁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전과 응전'을 읽어주고 있었다.
'도전과 응전'은 아놀드 토인비의 방대한 저서《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중 핵심 개념 중 하나이다. 토인비의《역사의 연구》는 1934년부터 1961년까지 20여년의 집필기간을 거쳐 12권으로 출판되었으며, 문명의 흥망성쇠를 분석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 이론에 따르면, 문명이 외부의 도전 즉, 환경적, 사회적, 정치적 등의 도전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응전하는지가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다. 성공적인 응전은 문명을 발전시키지만 실패한 응전은 쇠퇴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도전(Challenge)은 외부 또는 내부적 위기나 문제를 의미한다. 도전은 자연적 환경, 사회, 정치, 경제 등의 문제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응전(Response)은 도전에 대응하는 방식이나 과정이다.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그 생존과 발전이 결정된다. 응전은 창조적 응전과 비창조적 응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창조적 응전은 새로운 해결책이나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도전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는 문명의 발전을 촉진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비창조적 응전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방식, 이는 문명의 정체나 쇠퇴를 초래할 수 있다.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 이론은 문명의 흥망성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의 틀을 제공한다. 15일 동안 14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에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음에도 끝까지 대회 일정을 소화했다. 2011년에 중국에서 귀화한 '귀화 듀오' 전지희, 이은혜도 제 몫을 다했다. 신유빈과 호흡을 맞춘 복식은 물론이고 단식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기는 예상보다 힘들었다. 대역전패 위기에 몰렸다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마지막 승리가 확정된 순간, 신유빈은 주저앉았고 전지희는 신유빈을 끌어안았다.
"유빈이가 있어 할 수 있었다."고, "언니들이 있어 지칠 수 없었다"고 서로서로 안아주고 격려하며 생애 첫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기쁨을 내 것인양 함께 누리면서 '긍정의 도전'과 '미래지향의 응전'에 대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