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평일 하루 평균 20명 수준
노후화로 곳곳에 비 새고 녹슬어
외부 지원 없이 민간단체서 운영
새 콘텐츠 개발·건물 보수 ‘요원’
대구 유일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노후화와 시민들의 무관심에 시름하고 있다. 13일 오후 대구 중구에 자리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기념관은 위안부 기림의날을 하루 앞두고도 썰렁했다. 역사관에 걸려있는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과 1층 전시관에서 관람객없이 상영되는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 영상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쓸쓸함을 더하는 듯 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역사관을 찾은 방문객은 20여명으로 하루 평균 평일 20명, 주말 60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만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역사관이 개관한 2019년 12월 하루 평균 100여명이 방문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최근에는 방문객이 절반 넘게 줄었다.
역사관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위안부 기림의날을 모르거나 해당 건물이 위안부 역사관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기도 했다.
역사관 앞을 지나던 대학생 박모(21)씨는 “위안부 기림의 날이라는 걸 오늘 처음 들어봤다. 학교 다닐 때도 안 배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한 주민도 ‘위안부 역사관을 아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올해 10년째 운영 중인 대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은 일제 강점기 서문시장 상권과 도시 중심부를 연결했던 요충지인 중구 서문로 일대에 위치해 있다. 1926년 경일은행 자본으로 지은 2층짜리 목조건물을 리모델링해 대구·경북에 거주한 위안부 할머니 26명의 생애와 피해사실이 기록된 자료 등을 모은 전시실과 교육실로 조성됐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순악 할머니가 남긴 유산과 시민들의 기부금이 모여 전국에서 네번째로 대구에 문을 열면서 이목을 끌었으나 인력난 등으로 공휴일에는 문을 닫는 데다 코로나19로 방문객이 현저히 줄어든 이후 회복이 안되는 상황이다.
건물 내외부 문제로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어려워졌다.
역사관을 운영하는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개관 이후 거의 매년 새로운 주제로 관람 콘텐츠를 마련해 왔다. 새로운 콘텐츠로 전시 공간이 새롭게 조성되면 일 평균 방문객이 100여명까지 회복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1년여 넘게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내부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올해는 콘텐츠 개발이 중단됐다. 2층 야외에 마련된 전시공간도 인근 공사의 영향으로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역사관 관계자는 “건물 곳곳에 비가 새서 나무가 썩고 녹이 슬고 있는데다 옆 건물에서 공사 중 실수로 시멘트를 역사관 2층부터 주차장까지 다 흘렸다”며 “건물을 보수해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예산상 공모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언제 공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역사관은 민간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어 관할 지자체 지원은 일절 받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에서 기획전시나 콘텐츠 개발 등에 일부 예산을 지원받고 대구시는 매년 8월 14일 위안부 기림의날 기념식 행사비로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