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집어들고 머리부터 잘근거린다
붉은 옷 벗겨내어 황금빛 속살 눈요기하며
입맛을 다신다
칠월 한더위 잠깐 식히는 것으로
무늬만 있는 붕어 맛이 제격이다
냉동실에 꽁꽁 언 붕어 싸만코는
가끔 먹다 남은 꼬리에서
비릿한 붕어 냄새가 날 때가 있다
붕어 몇 마리
우리 집 냉동실에 키운다
완벽하게 굳은 시체라야
몸서리치게 시원해진다는 걸
여름은 알고 있다
칠월 무더운 몸에서
붕어 지느러미가 만드는 물결
온 가족을 시원하게 한다
◇김유경= 경남 고성 출생. 경상국립대 평생교육원 시창작강좌 수료. 2024년 시인정신 봄호 신인문학상 수상. 멀구슬문학회 회원. 진주문인협회 회원.
<해설> 긴 장마와 식지 않는 폭염 때문에 좋아하는 낚시도 못 가고, 누구처럼 시원한 해외로 여행도 못 가고, 선풍기 틀고 골방에 들어앉아 있는데, 이런 내 심정을 시인의 시 한 편이 잘 달래주고 있다. “붕어 몇 마리/우리 집 냉동실에 키운다//완벽하게 굳은 시체라야/몸서리치게 시원해진다는 걸/여름은 알고 있다”는 놀라운 해학적 직관에 나는 눈이 번쩍 뜨인다. 붕어 형태로 얼어있는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옷 벗기고 속살까지 맛보는 등의 체험적 사실은 한 번 더 실감 나는 감동을 일으키고, 꼬리를 잡고 먹는 그 붕어가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시점은 붕어가 비릿해서가 아니라 그 붕어의 꼬리를 잡은 자신이라는, 손에 온도라는, 자각적 반성을 보여주고 있어, 한 번 더 울컥한 감동을 내게 선물한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