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최근 일본 엔화 강세 전환의 원인, 영향 및 대응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최근 일본 엔화 강세 전환의 원인, 영향 및 대응방안
  • 승인 2024.08.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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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하던 일본 엔화가 금년 7월 중순 이후로 강세로 전환했다. 7월 초에 달러당 160엔대 초반까지 치솟아 약세를 보이던 엔화가 7월 중순 이후 강세로 전환되어 7월 30일 오전에는 달러당 153.95엔으로 하락한 후, 8월 5일에는 142.3엔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결과 금년 7월에 100엔당 851원대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도 8월 5일 한 때 965.63원까지 치솟았다. 그래서 최근 엔화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이 지난 6월 말보다 818억 엔이나 감소했다고 한다.

이러한 엔화 강세 전환의 주요 배경으로는 먼저 일본 중앙은행(이하 일본은행)의 정책 금리 인상을 들 수 있다. 일본은 지난 잃어버린 30년 동안의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물가수준(2%)을 유지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 유지와 국채 매입을 통한 유동성 무제한 공급 정책을 유지해 왔다. 최근 2%라는 물가 목표를 실현했다고 판단한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로 물가가 더 오르게 되면 개인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2%의 물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본은행은 지난 7월 31일 기존 0~0.1%에서 0.25%로 정책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러한 금리 인상 전부터 선반영해 왔던 엔화는 금리 인상 직후 본격적인 절상이 이루어졌다.

일본의 금리 인상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7월 31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년 9월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시중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에 0.5%포인트, 연말에 0.7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해 최근 한 달간 달러지수는 약 2% 하락하면서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 기대에 따른 엔화 강세는 적어도 9월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엔화 강세의 또 다른 요인은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의 청산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 엔화를 저금리로 빌려서 다른 나라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 전략으로 일본의 장기 저금리 정책 덕분에 많이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엔화는 약세를 보이게 됐으나, 최근 일본의 내외 금리차 축소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어 일본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7월 말에 약 80억 달러(11조 원) 규모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인 엔화 선호와 예상치를 하회한 미국 경제 지표로 인한 달러 약세가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또한 일본 외환 당국이 엔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최근 7월 27~29일 사이 5조 5,348억 엔(약 50조 5천5백억 원)을 지출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도 엔화 강세 전환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행은 현재 매월 6조 엔 수준인 국채 매입 규모를 2026년 1분기(1~3월)까지 매월 3조 엔으로 축소할 방침이며, 국가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면 계속 정책 금리(기준금리)를 끌어올려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엔화 강세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한일 양국의 수출산업 구조가 유사하여 엔화 강세로 인해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한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둘째, 엔화 강세로 한국인의 일본 여행 감소와 일본인의 한국 여행 증가로 대일본 여행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 셋째, 자본재와 기계류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아 엔화 강세는 수입 비용을 증가시켜 대일 무역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 넷째, 엔화 강세로 증시에 외국인 투자유입이 증가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금리 인상 및 엔화 강세로 투기적인 ‘핫머니’ 성격을 지니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금년 6월 말 현재 일본계 자금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액이 16조 2천9백억 원에 달해 일본의 추가적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엔화 강세 국면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 확보의 기회로 삼아 수출 마케팅 강화와 시장 다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원·엔 환율 상승을 기회로 활용해 새로운 대일 관광객 확보와 기존의 대일 관광객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 투자와 수출 보조금 등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다. 나아가 엔화 자본의 국내 직접 투자 활성화는 물론이고, 소부장 산업의 적극 육성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높은 대일 수입 의존도에 따른 원·엔 환율 급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요국 간 협력과 조율을 통해 환율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외환시장을 유지함으로써 엔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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