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와 객 사이를 오가며
공격과 상처 사이를 오가며
울음과 노래 사이를 오가며
이 선에서 저 선을 넘겨다보며
그게 나란한 건 줄도 모르는 새
<감상> 새 한 마리가 전깃줄 위에 앉아 있습니다. 푸른 허공에 두 줄로 나란히 설치된 전깃줄입니다. 시인은 전깃줄 위에 앉아 있는 새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이 선과 저 선이 ‘나란한 건 줄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란하다는 것은 다르지 않다는 것, 차이가 없다는 것, 마침내 시작과 중간과 끝이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주와 객, 공격과 상처, 울음과 노래라는 상반된 세계가 다름이 아닌 하나, ‘불이(不二)’라는 뜻입니다. 상반된 감정, 상반된 삶의 자세가 ‘이 선과 저 선’으로 넘겨다 보이는 남남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 출발도 귀결도 한 사람의 몫일 터입니다. 시인은 우리들 인생의 시작과 중간과 끝, 달리 말해 <평생>을 그렇게 양가감정(兩價感情)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어합니다. 허공에 앉아 있는 한 마리 새를 통한 자의식의 발로입니다. 새는 시인의 모습이자 인생의 은유임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