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율 감소·독신 증가 등 영향
전문가 “공동체의식 점점 약화
사회적 외톨이 양산 주의해야”
정부, 다양한 지원책 속속 마련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모습이나 취향을 찾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초개인주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빅테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는 초개인주의의 확산 가속화를 돕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1천만명을 넘긴 1인 가구. 홀로 사는 MZ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를 찾는 데 집중하고 그러다 보면 내·외적 갈등을 겪거나 반대로 성취감을 얻기도 한다. 개인 성향 테스트로 변형된 MBTI와 각종 AI 추천 서비스 등이 이들을 돕는 장치가 되고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는 사람에 대한 의존보다는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호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안식처가, 혹자에게는 가족 구성원이 되는 반려동물은 어느덧 우리나라에서 300만 마리가 넘었고 반려인들을 위한 사회적 기반도 견고화되고 있다. 초개인주의 사회를 살다보면 어느 순간 ‘사회적 외톨이’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개인생활 못지않게 친구, 직장 동료, 동호회 등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도 중요하다. 대구신문은 창간 28주년을 맞아 모두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집단 속의 개인-초개인화 시대’, ‘초개인화 시대의 펫팸족’, ‘개인 중심 사회의 미래’ 3편으로 나눠 진단한다.
최근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강조되면서 우리 사회가 개인화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집단으로 움직이지만 집단 속 개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나만의 시간에 급속도로 적응했다. 1인 가구는 1천만명을 넘겼으며 MZ세대 사이에서는 혼밥, 혼영, 혼술 등 혼자 보내는 시간이 힐링의 순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해 살면서 일상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19 이후 ‘1인 가구 1천만명’ 시대…지자체 지원책 몰두
코로나19 확산 후 도래한 개인화시대는 주거 유형의 변화에서부터 눈에 띈다.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지난 3월 1천2만1천 가구를 기록하면서 집계 후 처음으로 1천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2019년 614만8천 가구(전체 가구 대비 30.2%), 2020년 664만3천 가구(31.7%), 2021년 716만6천 가구(33.4%), 2022년 750만2천 가구(34.5%), 2023년 782만9천 가구(35.5%)로 점점 늘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난 반면 2인 이상 다인 가구 수는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전국 다인 가구 수는 2019년 1천419만5천 가구에서 지난해 1천424만4천 가구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은 이같은 1인 가구의 대폭 증가가 혼인율 감소와 미혼 독신가구, 이혼·별거가구, 노인 단독가구의 증가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주거비 지원부터 취미 공유까지 정책 종류도 다양하다.
대구시는 20∼39세 청년 1인 가구에 월세를 일부 지원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1인 가구 현황 파악과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청년소통회의를 여는 등 ‘혼자 사는 청년’을 위한 정책에 힘쓰고 있다. 대구지역 청년 1인 가구는 2015년 7만6천 가구에서 2022년 10만9천 가구로 40% 이상 증가했다.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큰 서울시(156만가구)는 생활 안심, 고립 안심, 안전 안심 3대 공적 지원체계 강화를 목적으로 1인 가구의 정책 수요에 대응하는 차별화된 맞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병원 동행 서비스, 전월세 안심 계약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취미활동과 소모임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개인 중심 사회에서는 사회적 외톨이가 양산되지 않도록 정부의 책임과 개인의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의 증가 추세는 개인으로 보면 취향이나 관심사, 남에게 속박받지 않는 자신의 선택 등에 있어 언제든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며 “과거 집단 중심 문화에서는 개인의 자유, 선호, 취미 등은 일부 침해되거나 제한받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사회 공동체 의식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따른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개인 맞춤 여가활동 증가
혼밥·혼술·혼영·혼공·혼행…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혼밥, 혼술, 혼영, 혼행…개인화시대 맞춤형 여가활동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생활을 즐기는 ‘나홀로족’이 증가하면서 여가시간도 취향에 따라 혼자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혼밥, 혼술에 이어 모든 행동에 ‘혼(혼자)’이라는 글자를 붙인 혼카(카페), 혼영(영화 관람), 혼공(공연 관람), 혼행(여행) 등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알바몬과 잡코리아가 20대 남녀 2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8.7%가 “평소 혼밥, 혼영 등 혼자서 해결하는 것들이 있다”고 답했다. 분야별(복수응답)로는 혼밥이 90.2%로 가장 많았고 혼공 68.9%, 혼영 53.6%, 혼강 50%, 혼술 27.1%, 혼행 23% 순으로 나타났다. 평소 혼자서 행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혼자가 편해서’(46.1%)였고 ‘내 취향껏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31.8%),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서’(25.5%), ‘혼자 하는 편이 합리적이라’(16.7%) 등이 뒤를 이었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여가생활이 자리매김하면서 개인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시설과 서비스도 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성향 테스트 인기
‘나’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MBTI는 MZ세대의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개팅에서는 이름과 나이 다음으로 MBTI가 필수 질문이 됐고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MBTI와 관련된 밈(Meme) 영상의 인기가 상당하고 “너 T야?”라는 말은 유행어로 굳어졌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2차 세계대전 당시 고안됐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MBTI에서 파생된 성향 테스트도 인기를 끈다.
전문적인 MBTI 검사에 비해 참여 소요 시간이 짧고 자신을 표현하는 색깔, 캐릭터, 음식 등이 한 장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성향·취향 분석 테스트는 SNS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로운 테스트 링크와 결과를 공유하며 성향 테스트를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용자의 성향을 스낵 캐릭터로 구현하는 한 심리테스트는 출시 10일만에 이용자 수 920만명을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사용자 관심 실시간 반영한 AI 추천 서비스 등장
개인의 관심사, 취향, 성격 등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온라인상에선 개개인의 이용내역을 분석해 추천 콘텐츠를 제공하는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AI 추천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다. 전체 이용객이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 랭킹을 보여주던 기존 서비스와는 달리 사용자가 찾아본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 목록을 제공한다.
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식사 메뉴를 정해주거나 정보통신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의 결합으로 헬스케어 어드바이스(Healthcare advice)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체중·신장·나이·성별 등 기본 신체 정보와 체지방량·근육량·체질량지수·기초대사율 등 체내 성분, 건강 상태, 알레르기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영양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노인을 위한 고령친화식품이나 환자를 위한 메디푸드, 운동선수를 위한 식품 등 특정 소비자 그룹을 위한 식단뿐 아니라 다이어트 중이거나 근육을 키우는 사람 등을 위한 식단 설계도 가능하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