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땅과 아주 가까이 맞닿아 찬 얼음을 품었지
앞으로 조금씩 밀어내는 시간
품었다 내놓는 낮에는 기침이 떠다녔어
예고 없이 꺾인 당신의 삽질
비릿한 채 말라가는 땀 냄새가 생생한 향기로 박힌
어두운 기억들
당신은 꿈속에서도 침상 밖으로 삐져나온
야윈 발을 흔들며
숨을 쉴 때마다 슬픔은 색을 입었고
어디쯤을 생각하는 동안
홀로 밤길을 걷고 있을 때도
당신은 내게 자주 말을 걸었어
언 땅을 밀치고 노란 복수초가 필 때
내 바람은 응달에서도 오래도록 추위를 견디지
흘러갔다 어김없이 다시, 오려고
가만가만 저장되는 봄
◇임영자= 2015 <시와 사람>으로 등단.
<해설> 언 땅에서도 겨울이 봄으로 바뀌는 그 무렵 희망의 전령사처럼 피는 꽃이 복수초가 아니던가? 그런 복수초를 두고 시인은 “속에 뭐가 들었을까? 엉뚱한 상상을 펼치고 있다. 우선 찬 얼음을 품은 채 앞으로 내미는 시간을 보고 있다가 낮의 기침을 떠올린다.”예고 없이 꺾인 당신의 삽질“, ”비릿한 채 말라가는 땀 냄새“ 에서는 과거의 뜨거웠던 사랑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가 하면, 그건 홀로 밤길을 걷고 있을 때도 당신은, 내게 자주 말을 걸었던 과거의 기억이고 현재는 응달에서도 오래도록 추위를 견디는 것이, 이 시의 배경적 정황이다. ”흘러갔다 어김없이 다시, 오려고“는 시인 복수초를 기다리는 뜨거운 바램일 것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