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영월 상동 텅스텐 광산 재채굴의 의미와 기대효과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영월 상동 텅스텐 광산 재채굴의 의미와 기대효과
  • 승인 2024.09.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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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최근 세계 텅스텐 공급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국의 생산시설 노후화와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텅스텐의 생산량이 감소했으며, 반면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반도체, 고성능 배터리, 항공우주 산업 등에서 텅스텐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공급망을 찾고 있으며, 이 때문에 비중국산 텅스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도 텅스텐 공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텅스텐 10㎏당 가격이 최근 5년 새 188달러에서 319달러로 70%나 급상승했다.

게다가 금년 9월 15일부터 중국이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등의 핵심 재료인 안티몬(antimony)의 수출을 규제하는 데 이어 금년 말까지는 텅스텐(Tungsten, 중석)에 대한 수출도 규제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격화 시 중국이 텅스텐을 포함한 핵심 광물의 수출통제에 나설 것에 대비해 생산지 다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이 텅스텐 공급망 대체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텅스텐은 다이아몬드와 거의 동등한 정도의 경도를 지니고 있고, 높은 녹는점(3,422℃), 높은 밀도와 강도로 인한 높은 내구성, 우수한 열전도성, 낮은 열팽창계수, 높은 전기 저항, 내식성 등으로 인해 전구의 필라멘트, 반도체, 산업용 절삭공구, 전차, 항공기, 로켓 엔진 부품 등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인 재료로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 2015년 이후 상업적인 텅스텐 채굴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현재 전 세계 텅스텐 공급의 약 81%(연간 약 6만 3천 톤)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과거 한국은 세계적인 텅스텐 생산국이었다. 특히, 영월 상동광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텅스텐 광산 중의 하나로 1916년부터 텅스텐을 생산하여 1947년부터 1992년까지는 연간 약 6만 톤의 텅스텐 원광을 생산했다. 당시 국영기업인 대한중석이 상동광산에서 텅스텐을 채굴하여 수출했으며,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70%를 차지하여 주요한 외화 획득 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저가 텅스텐 공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었고, 1993년에는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과 맞물려 상동광산이 폐광됐다. 이후 텅스텐 생산은 중단됐고, 한국은 텅스텐을 주로 중국에서 수입하게 됐다. 영월 상동광산은 약 5천800만 톤의 텅스텐이 매장돼 있으며, 이는 연간 100만 톤씩 60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지만, 현재까지 대부분 텅스텐은 여전히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최근의 텅스텐 가격의 급등과 공급망 다각화의 일환으로 영월 상동광산이 30년 만에 다시 재채굴에 들어갔다. 최근 미국 지질조사국(USGS) 조사단이 한국의 상동광산을 방문하여 텅스텐 채굴 재개 가능성을 검토했다. 현재 세계의 텅스텐 생산량을 보면 2023년 기준 중국이 약 81%(연간 6만 3천 톤), 베트남이 약 4.5%(3천5백 톤), 러시아가 약 2.6%(2천 톤)의 비중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볼리비아, 르완다, 오스트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소규모로 텅스텐을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상동광산이 재가동되면 중국산 텅스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캐나다의 알몬티社(Almonty Industries)가 2020년 5월 1억 2천5백만 달러(약 1천674억 원)를 투자해 자회사인 알몬티대한중석을 설립하고 상동광산을 재개발하여 텅스텐 생산을 재개하고 있다. 향후 연간 약 2천500톤의 텅스텐을 생산할 계획이며, 이로써 한국이 중국, 베트남에 이어 세계 3위의 텅스텐 생산국이 되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 텅스텐 원광은 미국으로 수출하여 선광한 후 다시 산화텅스텐을 재수입하는 구조였다.

현재 알몬티대한중석이 상동광산 재개발 이후 영월군에 건립 중인 산화텅스텐 선광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4천 톤 이상의 산화텅스텐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중국산 산화텅스텐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한국 내 반도체와 배터리 업계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더 이상 미국으로 원광을 수출 후 산화텅스텐을 재수입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연간 6~7천 톤가량의 텅스텐을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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