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비전문가 시대, 디자이너의 포지션, 창의력·통찰력 갖춘 ‘가치있는 솔루션’으로 승부
[일상 속 디자인 기행] 비전문가 시대, 디자이너의 포지션, 창의력·통찰력 갖춘 ‘가치있는 솔루션’으로 승부
  • 류지희
  • 승인 2024.09.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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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
탬플릿·AI 이용한 수익 창출 구조 형성
값싼 작업물 넘치면서 작업자 가치 하락
시장 가치는 떨어지는데 경쟁은 심해져
사진2
챗GPT로 제작한 인간디자이너와 AI가 경쟁 혹은 상생하며 디자인계를 확장해나가는 모습의 이미지이다. 이 사진을 통해, 우리는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과 혜안을 가져보게 된다.

얼마 전, 거래처 대표님과 통화를 하다가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를 운영하며 디자이너가 반드시 필요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디자이너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요즘 디자인 플랫폼이 너무나 쉽고 간편하게 잘 되어 있어서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 직원들에게 디자인 업무를 맡기거나 대표인 본인이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웬만한 신입 디자이너의 실력보다는 이미 잘 갖춰진 디자인 템플릿과 AI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업무에 도움을 받는 것이 비용이나 시간적 측면 등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접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보니, 디자이너로서 AI 시대에 대응하는 자세와 미래에 디자인 환경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해 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과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들어가 보면 더 잘 느낄 수가 있다. 예컨대, 일반 디자인 비전공자들, 경력단절 주부, 월급 외 부수익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캔바, 망고 보드, 미리 캔버스와 같은 디자인 템플릿 사이트를 활용해 누구나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의 온라인 강의가 즐비하다. 게다가 그들이 만든 디자인 제작물을 상품화하여 수익을 버는 노하우까지 알려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해야할 일
시각요소·스토리텔링 더해 경쟁력 확보
보이는 것 이상 지속가능 아이디어 창출
AI 장단점 파악 멀티플래너로 역할 확장

10년 차 디자인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다소 황당하고 염려스러운 현상일 수가 있다. 물론, 그만큼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많은 디자이너들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점은 이러한 현상이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기존에 전문 디자이너들에게까지 불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일반 클라이언트들이 디자이너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낮아질 수 있다. 하나의 사례로, A라는 비전문가가 디자인 플랫폼을 활용해 디자인 외주를 의뢰받아 만들고 판매한다고 생각해 보자. A는 작업자 본인의 디자인 제작물 퀄리티나 경력만큼의 낮은 금액대를 형성하여 소비자를 유입하는 홍보마케팅을 할 것이다. 실제로, 크몽과 같은 대표적인 프리랜서 외주 플랫폼 사이트는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의 금액대와 작업물의 제공 퀄리티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클라이언트들 중에는 고가의 비용을 마땅히 지불하고, 베테랑 디자이너와의 전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1:1맞춤 제작을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비교적 매우 낮은 금액으로 디자인 제작물을 얻고자 한다면, 비전문가와 소통하게 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들은 작업자가 전문가인지 비전문가인지 정확히 인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과론적으로 비용이 더 저렴하게 형성된 상품들에 시장에 많아지면 이에 익숙해져서 디자인 시장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에도 디자인 제작 의뢰를 요청하는 클라이언트 중에 “00 플랫폼에서는 비슷한 작업 건에 훨씬 더 저비용이 저렴하던데... ”라고 비교를 하며, 불합리한 비용으로 디자인 외주를 협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때에 전문 디자이너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감정은 불편함, 심지어는 불쾌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일수록 디자이너라면 소비자들이 신뢰를 가지고 고가치의 선택할 수 있도록 플랫폼 디자너와 전문 디자이너의 차별점에 대해 명확히 안내해 드리고, 베테랑으로서의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AI 디자인 시대가 도래했지만 인간디자이너를 넘어설 수 없는 점은 “창의력과 정교화된 솔루션 해결”이다. 이러한 가치를 아는 인식이 높은 클라이언트의 경우는 전문 디자이너와의 콘택트를 원한다. 이 두 가지의 경쟁력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창작해 내는 것이 아닌, 깊이 있는 메시지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인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통찰되는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단지 보이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 경험 속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전략적으로 잘 다듬어내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아직까지 AI의 한계는 한 가지 스토리에 대해 지속 가능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디테일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보완해나가는 역량은 미비하다. 이러한 AI 기술의 약점과 장점을 잘 활용하여, 인간 디자이너는 멀티 플래너로서의 역량을 확장해나가며, 디자인계의 인간 역량에 대한 포지션에 대해 연구하고 시도해 보아야 하겠다. 이는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에게는 개개인의 전략적 도구로 가져가야 할 숙명이자 숙제일 테니. 또한, 클라이언트들의 디자인시장에 대한 인식성장과 올바른 가치판단도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하겠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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