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2026년부터 5년간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착수 5개월 만에 타결하면서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안보와 정치적 변수에 대한 부담감을 덜게 됐다.
외교부는 4일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타결 소식을 발표하며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고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양국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교부는 지난 4월 SMA 협상을 시작한 이후 여덟 차례 협의한 결과 2026년 분담금 총액이 2025년 대비 8.3% 증가한 1조 5천192억 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현 SMA 협정이 만료되는 시점을 2년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 시작해 이례적으로 일찍 마무리됐다. 양국은 매달 한두 차례씩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만나는 등 속도전에 돌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빠른 협상 배경과 관련해 "SMA 분담금의 기본 틀(인건비·군사건설·군수지원)을 유지하는 가운데 협의하자는 것을 초기에 원칙으로 정했다"며 "협의가 좀 더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판단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우리 측에 분담금 대폭 증액에 대한 압박을 가한 바 있다.
2020년엔 협상에 대한 공전을 거듭하다가 급기야는 10차와 11차 협정 사이 공백이 생겼고, 미국 측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에게 무급 휴직을 시행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 협상으로 미국 정권이 바뀔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주둔과 한미연합방위태세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분담 현황을 비롯해 "한미동맹에 대한 기여와 포괄적 글로벌 전략동맹으로서 역할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며 미국 측이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도 전했다.
한편,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하기로 한 것도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더해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방지하는 상한선도 재도입했다.
현행 11차 SMA 규정에 따르면 분담금 증가 기준은 국방예산 증가율과 연동된다. 차기 협정부터 물가를 지표로 잡으면 전체 방위비 분담금 규모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에 따라 CPI 증가율 2%를 가정하면 내후년 1조 5천192억 원을 시작으로 매년 300억∼320억여 원이 올라 2030년에는 총액이 1조 6천444억 원이 된다. 협정 계약기간인 5년 연평균 증가율은 3.2%로 추산된다.
기존 방식으로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됐다면 5%를 가정할 때 같은 기간 연평균 증가율은 5.7%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주한미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데 더해 우리 측의 연간 분담금 규모도 낮춘 것이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