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대형 개발사업에 2兆 '유상 차관'
韓-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대형 개발사업에 2兆 '유상 차관'
  • 이기동
  • 승인 2024.10.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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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대통령과 확대회담 22개 MOU 서명
36년간 중단된 ‘바탄 원전’ 재개…한수원 ‘타당성 조사’
에너지·디지털 분야 협력 강화... 인적교류↑“
”北 비핵화·안보리 결의 충실 이행“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는 한국-필리핀 양국 간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경제와 안보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협력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필리핀 도로·교량 등 대형 인프라에 2조 원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투입키로 하면서, 우리 기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38년간 멈췄던 ‘바탄 원전’의 타당성 조사도 한국수력원자력이 맡게 돼 양국 간 원전 협력에 청신호가 켜졌다.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양국 협력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지난 1949년 수교를 맺은 양국이 공식적인 양자 관계를 설정하고, 이와 관련한 정상 차원의 공동문건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선언문에는 △안보 △경제협력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충 △인적교류 △지역 및 국제문제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정상은 특히,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됐던 필리핀 바탄(Bataan) 원전 재가동을 위한 타당성 조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바탄 원전은621㎿(메가와트) 규모로 건설됐으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가동이 멈췄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은 필리핀에 총 20억 달러(약 2조6900억원)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필리핀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사업에 9억500만 달러, 파나이·귀마라스·네그로스(PGN) 해상교량 건설사업에 10억 달러가 각각 투입된다. 두 사업은 EDCF 최초로 10억 달러 상당의 대형 사업들로, 사업 규모 면에서 각각 역대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크다.

EDCF는 ODA의 한 형태로, 개도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을 뜻한다. 사업권도 시공사가 우리나라 기업으로 한정되는 경쟁입찰로 진행된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6일 현지 브리핑을 통해 ”글로벌 중추국가를 목표로 꾸준히 EDCF 역할을 키워온 결과, 이제 (단일 프로젝트별)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도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특히 ”우리 기업의 필리핀 및 동남아 인프라 시장 진출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필리핀의 지역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기업의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함으로써 양국이 윈-윈하는 경제 협력 성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1억1000만 달러 규모의 사마르 해안도로 2차 사업 차관공여 계약도 체결했다. 작년 우리나라 기업이 완공한 1차 사업(2000만달러)과 연계된 사업이다.

또 양국 간 경제혁신파트너십(EIPP) 프로그램도 체결해 우리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필리핀 전자정부 및 통신 네트워크 관련 종합적인 ‘정책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필리핀 카바나투안시(市)에 ‘한국 농기계 생산단지’도 건설된다. 한국농기계협동조합은 2018년부터 필리핀 농업부와 단지 조성 방안을 논의해왔다. 해당 단지가 조성되면 필리핀 환경과 작물에 적합한 농기계를 공동으로 개발·보급하고, 국내 농기계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거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양국 산업부는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필리핀은 니켈 세계 2위, 코발트 6위(2023년 기준)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MOU로 양국은 핵심광물 투자 정보를 교환하고 공급망 중단 시, 상호 지원하기로 했다. 또 광산 개발·제련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국방 및 방산, 해양분야 등 안보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필리핀에서 실시된 연합훈련에 한국군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양국 국방 당국 간에도 교류를 확대키로 했다. 또 필리핀 군 현대화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해경기관 간 MOU를 통해 해상 초국가범죄 관련 정보 교환 및 수색 구조 등 해양 안보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양국은 향후 5년간 민간·정부 차원의 관광협력을 보다 활성화하기로 했다. 작년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은 144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4명 중 1명이 한국인인 셈이다.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 국민도 36만명으로, ASEAN 국가 중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고 덧붙였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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