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韓-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 이기동
  • 승인 2024.10.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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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공동선언문 채택
대형 개발사업에 2兆 ‘유상 차관’
36년간 중단된 ‘바탄 원전’ 재개
한수원이 타당성 조사, 본격 협력
에너지·디지털 분야도 협력 강화
악수하는한-필리핀정상
악수하는 韓-필리핀 정상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는 한국-필리핀 양국 간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경제와 안보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협력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필리핀 도로·교량 등 대형 인프라에 2조원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투입키로 하면서, 우리 기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38년간 멈췄던 ‘바탄 원전’의 타당성 조사도 한국수력원자력이 맡게 돼 양국 간 원전 협력에 청신호가 켜졌다.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양국 협력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지난 1949년 수교를 맺은 양국이 공식적인 양자 관계를 설정하고, 이와 관련한 정상 차원의 공동문건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선언문에는 △안보 △경제협력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충 △인적교류 △지역 및 국제문제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정상은 특히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됐던 필리핀 바탄(Bataan) 원전 재가동을 위한 타당성 조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바탄 원전은621㎿(메가와트) 규모로 건설됐으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가동이 멈췄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은 필리핀에 총 20억 달러(약 2조6900억원)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필리핀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사업에 9억500만 달러, 파나이·귀마라스·네그로스(PGN) 해상교량 건설사업에 10억 달러가 각각 투입된다. 두 사업은 EDCF 최초로 10억 달러 상당의 대형 사업들로, 사업 규모 면에서 각각 역대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크다. EDCF는 ODA의 한 형태로, 개도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을 뜻한다. 사업권도 시공사가 우리나라 기업으로 한정되는 경쟁입찰로 진행된다.

이 외에도 △1억1000만 달러 규모 사마르 해안도로 2차 사업 차관공여 계약 △양국 간 경제혁신파트너십(EIPP) 프로그램 체결 △필리핀 카바나투안시(市)에 ‘한국 농기계 생산단지’ 건설 △양국 산업부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야 협력 △국방 및 방산, 해양분야 등 안보협력 강화 △양국 국방 당국 간 교류를 확대 △필리핀 군 현대화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 확대 △향후 5년간 민간·정부 차원 관광협력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양국 정상은 특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고 덧붙였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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