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민방위 훈련> 中. 민방위의날 훈련, ‘그들만의 리그’
<형식적인 민방위 훈련> 中. 민방위의날 훈련, ‘그들만의 리그’
  • 김도훈
  • 승인 2009.03.0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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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울려도 차량.보행자 활보
공무원 등 관계자들만 부산...자발적 참여 홍보 시급
민방위라고 하면 흔히 ‘민방위의 날’ 훈련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훈련 공습경보가 울리는 것과 동시에 가던 길을 멈추고 대피장소를 향해 뛰어야 했던 민방공 대피훈련은 ‘민방위의 날’의 상징처럼 여겨졌었다.

학창 시절 걸상을 책상 위에 올린 채 그 아래로 몸을 숨겼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훈련은 축소, 무용론 꾸준히 제기

1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민방공 대피훈련은 1975년 민방위 창설 당시 연 12회에 달했다. 이후 대피훈련은 1989년 연 9회, 1992년 연 3회 등으로 줄다가 2002년부터는 한 해 2차례 시행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초기 50세까지였던 민방위대 편성연령이 40세로 대폭 낮춰졌고, 1977년 연 30시간에 달했던 민방위교육 시간도 현재 연 4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전시(戰時) 방위’에 초점이 맞춰졌던 역할 역시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 생명·재산을 지킨다’는 포괄적 개념으로 확대됐다.

그 사이 갖가지 해프닝도 있었다. 특히 1998년에는 방한한 클린턴 미국 대통령 경호팀이 민방위 공습 사이렌 소리에 놀라 비상상태에 돌입하기도 했다.

훈련 무용론도 꾸준히 제기됐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수 많은 대학생들이 ‘군사문화 잔재’라며 민방위 훈련 반대시위를 벌였고, 지난 2007년 한 대선후보는 민방위 제도 폐지를 검토하기도 했다.

▲참여도 저조, 개선 절실

지난해 대구에서는 3월과 10월 지진, 방사능 사고에 대비 각 1차례씩 민방공 대피훈련을 가졌다.
훈련은 공습경보 발령에 따라 15분간 주민·차량이 통제되고 훈련경계경보 발령, 해제 순으로 20분간 진행된다.

재난위험 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이동 중인 시민들은 가까운 지하 대피소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운행 중인 차량은 긴급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중앙차선을 비워두고 도로 오른쪽에 정차, 승객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도록 돼있다.

그러나 거리에는 훈련 사이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량 운행을 계속하는 운전자, 대피 요구를 무시하는 보행자가 넘쳐나는 게 훈련 실상이다.

개인택시 기사 박모(57)씨는 “매번 민방공 대피훈련 때면 경보를 무시한 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을 심심찮게 보게된다”며 “예전 훈련 때와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 같은 전국단위 민방공 대피훈련 외에 산불·풍수해·화재·폭설 등에 대비, 구·군별 연 2회 민방위의 날 훈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나 소방공무원 등 일부 관계자들만의 훈련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방위의 날 훈련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주부 조모(여·39)씨는 “라디오 방송으로는 사이렌을 몇 차례 들어본 기억이 있지만 실제로 도로에 나와 훈련을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길을 가더라도 대피하거나 해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시민 김학인(47)씨는 민방위 훈련 모습을 보면 시민들은 ‘안전불감증’에 이미 중독된 것 같고 정부에서조차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자세를 갖추지 못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 민방위의날 훈련 때 초등학생들이 영문도 모른 채 길을 걷고있는 것을 본 순간, 위험에 닥쳤을 때 이들의 생명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 이 나라가 무척 한심하고 원망스러웠다”며 “민방위 훈련이 충분한 홍보를 통해 훈련의 진정한 목적에 맞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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