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문화재 관람료와 산문폐쇄
<대구논단> 문화재 관람료와 산문폐쇄
  • 승인 2009.03.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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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일본인지, 중국인지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어떤 외국에서 쓰이는 속언이다. 이 말의 뜻은 아무 이유도 없이 베푸는 호의는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친절해지고 선물을 주는 등 예전에 보지 못하던 호의를 베푼다는 것은 뭔가 청탁할 일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다 같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데 호의 좀 베풀었다고 해서 복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는 것도 점잖은 행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일 아니겠는가.

단순히 점심 한 그릇만으로 끝난다면 이상하게 본 사람이 잘못이다. 하지만 그 뒤에 뭐가 따라오게 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항상 만나는 사람끼리 소통하면서 서로 도와주고 협력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도리라고 생각하면 별다른 탈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신세를 졌으면 갚는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이와 똑같이 우리는 사회생활 속에서 항상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지극히 기본적인 규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의외로 이를 외면한다. 그래서 사회질서가 어지럽혀지고 갈등이 증폭되며 때로는 욕설과 폭력이 난비할 때도 있다. 요즘 돌아가는 국회의 꼬락서니는 전형적인 상대방 인정하지 않기다. 분명히 파트너십을 가지고 상대해야 할 상대정당이 존재한다.

각 정당마다 협상대표가 정해져 있다. 어느 조직보다도 오랜 역사와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대표라는 상징성까지 있으며 그들이 결정하는 것이 이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 법률이 된다. 이처럼 중차대한 위상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국회가 정부와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률안을 놓고 엎칠락 뒤칠락을 거듭하고 있는 꼴을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말로 해야만 하는 의사당에서 치고 패는 난장판을 연출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꼴불견이다.

이것은 상대를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막무가내 정당이기 때문이요, 막가파식 행태다. 대체적으로 야당인 민주당의 의사진행 방해가 원인이긴 하지만 여당인 한나라당도 원내 다수당으로서의 긍지를 지키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님으로서 체통을 잃은 것도 한 원인이다. 국회는 그나마 4월과 6월 국회로 대접전을 미뤘다. 제발 의연한 태도와 긍지를 지켜 상대정당을 인정하는 기본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립공원 등에 산재하고 있는 사찰에서 징수하고 있는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싸고 마찰이 빚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오랫동안 징수해오던 국립공원 입장료를 정부가 폐지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세계 어느 나라나 국립공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당연히 입장료를 받는다.

그 돈으로 국립공원 관리에 요긴하게 쓴다. 시설이 망가지면 고쳐야 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이를 포퓰리즘 정부에서 없애버린 것은 관람객에게는 좋은 일이 되겠지만 결국 국민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모든 경비를 혈세로 충당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국립공원 대부분이 높은 산이며, 이 산에는 오래된 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찰은 특정종교지만 문화유산으로 가득 차있다. 대부분의 고찰은 건물 자체가 문화재이며! 탱화와 벽화, 도자기, 문서와 불경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문화재 관람료를 동시에 징수했던 것을 입장료를 폐지하면서 절 자체에서 문화재관람료만 따로 받게 이른 것이다. 이에 등산객들이 반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산에만 간다. 절에는 안 들어가니 관람료를 낼 수 없다.” 곳곳에서 시비가 벌어졌다. 결국 소요산 자재암을 상대로 관람료 반환소송으로 이어졌다. 의정부지법에서는 “자재암이 받은 관람료 1000원을 돌려줘라”고 판결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분명히 문화재관람료를 받게 되어 있다. 법원은 관람의사가 없는 일반 등산객까지 관람료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하지만 절 측의 입장에서 어느 등산객은 산만 가고, 어떤 사람은 절까지 들릴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명백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단돈 1000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이 판결의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전국의 고찰에서 그동안 받은 돈을 모두 반환해야만 하는 사태가 온다. 대혼란이 올 것은 틀림없다. 조계종에서는 산문폐쇄라는 극한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고 나온다. 신도들만 출입시키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등산로가 절 소유지로 되어있다는 것을 모르는 등산객은 별로 없다. 산문폐쇄는 전 국민이나 다름없는 등산객을 상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모르지 않는 조계종이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지탄과 민심의 이반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법원이 이 판결을 취소하는 것이 정도다. 관람료의 합법성을 인정한다면 관람객과 등산객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이며 그렇지 못할 때에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판결을 미루거나 기각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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