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춘추> 기러기떼의 아름다운 동행
<문화춘추> 기러기떼의 아름다운 동행
  • 대구신문
  • 승인 2009.03.0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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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안면도를 마주 보고 있는 천수만에는 해마다 겨울이 되면 가창오리, 쇠기러기 등 수많은 철새가 떼 지어 몰려온다.

해마다 30여만 마리나 찾아오는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다. 쪽빛 바다 위에 듬성듬성 박혀있는 섬들과, 그들을 에워싼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여지는 해 질 녘이 되면, 가창오리떼들의 군무(群舞)가 장관을 이룬다.

마치 은하수처럼 긴 대형으로 날아가다가, 어느 순간 산봉우리 모습의 타원형으로 바뀌곤 한다. 그들이 펼치는 황홀한 연출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아경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곳 천수만에는 전 세계 90% 이상의 가창오리가 겨울을 나고자 몰려온다고 한다. 호수 위에는 우아한 날갯짓으로 천천히 날아가는 백로의 무리도 보인다.

시쳇말로 공주병(?)이라도 들었는지 귀족티를 풍기며 날아간다.

백로의 무리에 이어 기러기떼도 보인다.

기럭기럭 울음소리와 함께 승리(Victory)의 표시인 ‘V’자를 그리며 날아가고 있다.

기러기들은 추운 겨울을 따뜻한 남쪽 나라인 이곳에서 보내다가, 봄이 되면 고향인 시베리아로 돌아간다고 한다.

무려 3천 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를 또 다른 그들만의 삶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말이 3천 킬로미터이지, 한 마리도 낙오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외(敬畏)롭기까지 하다. 기러기들은 절대 혼자서는 날지 않고 무리를 지어서 날아간다,

맨 앞의 기러기가 길을 인도하면 그 뒤의 새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맨 끝머리 기러기는 감시를 하는 등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날아가다 앞의 친구가 힘들어하면 순서를 바꾸어 날아간다. 이렇게 한 새의 날개 끝에 다음 새가, 그리고 그 날개 끝에 그 다음 새가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V'자를 그리며 날아가게 된다.

아빠 기러기, 엄마 기러기, 새끼기러기가 서로 이끌고 보담아주며 이렇게 ‘V'자 편대 비행을 하면 에너지를 30%나 덜 쓸 수 있다고 한다. 기러기떼들의 팀워크(Team Work)에 우리 인간들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행도중 어떤 기러기가 병이나 상처를 입어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 아픈 기러기가 완쾌되어 다시 비행할 수 있을 때까지 그와 함께 있어준다. 이러한 기러기들의 끈끈한 동료애를 보면 개인주의가 만연한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렵고 삶이 고달프더라도 주저앉지 말고, ‘서로 함께 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라는 교훈도 남기는 것 같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이른 봄 푸른 창공을 날아가는 기러기떼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불끈 힘이 솟는다. 아니 내 몸속의 붉은 혈액들이 용솟음치는 것 같다.

김성한 성주우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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