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새
<좋은시를 찾아서> 새
  • 승인 2009.03.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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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성 춘

오늘은 새한테 먹이 주는 날
집 마당 감나무 아래 쌀 그릇 놓는다
새 몇 마리 날아와 나무 가지에 몸 붙인다 낮은 포복이다
바람도 낮은 포복으로 날아와 앉는다
처음 보는 딱새
낯익은 참새
나는 숨죽인 채 새의 動映像 본다. 고맙다
놈들의 몸 짓, 대추 잎사귀처럼 파릇파릇하다
그런데 새들의 몸 짓 얼핏 불안해 보인다
잎사귀 뒤에 붙었다 땅 에 붙었다 한다
아니다 불안은 새가 아니고 내 마음이 불안하다
보이 던 새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다
마술처럼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한 줄기 바람처럼 내 앞에 왔던 눈 맑은 새
어디로 갔을까…
우주의 저 푸른 오솔길, 보이지 않는다

▷부산 출생. 부산사범 및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심상』(1974) 신인상으로 등단. 울산문인협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경남문화상, 울산문화상 수상. 현재 울산대학교 시창작과 주임교수. (사)동리·목월기념사업회 교육국장.

한적한 곳의 한가로운 시간을 따라 흐르는 바람을 감지하는 것은 사람이나 한 마리 새에 있어서도 적막 속의 안온한 삶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집 마당 감나무 아래’ 놓아주는 새 먹이와 화자의 관계는 동질성의 깊은 애착이요 애정이다.

그런 애착과 애정은 숙명적으로 변화의 불안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날으는 새와 맞이하는 화자의 사이에는 결별이라는 불안이 내재되어 있다. 이를테면 아름다운 것은 영속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를 화자는 이 시를 통해 `우주의 저 푸른 오솔길,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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