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닷가 감포등대 지나
오류해수욕장 모퉁이
밀물 썰물 오가는 길목
몽돌밭 작은 웅덩이 속
소라 껍질 오두막 한 채
지난 뜨거운 여름날
등껍질 데어가며 세운 공든 탑
어찌하여 하룻밤 사이에 무너졌는가?
소라 껍질 속에서
울지도 모르는 소라게
이젠 밤하늘에 별을 따다
별탑을 쌓는다.
단 한번만이라도 꿈이 있다면
그 별탑 위에서 소라껍질 벗어던지고
집게발로 훨훨 나는 새가 되는 것
몽돌밭 작은 웅덩이 속에는
구름도 바람도 한점 없지만
느리게 꿈을 꾸며
미소 짓는 소라게가 있다.
▷대구 출생.『문학예술』신인상 시부문 수상으로 등단. 현 한국문학예술가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 대구광역시 중구청 재직. 대구시 `문우회’, 중구청 `중구난방’ 회원으로 활동.
인간은 무수한 그리고 다양한 형태와 형상의 건축물과 구조물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런 건축물 속에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이 주택이다.
오늘날 인간은 갖가지 화려한 주거생활을 하고 있지만 화자가 보여주는 `소라 껍질 오두막 한 채’가 지닌 꿈보다 좋은 집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을까. `느리게 꿈을 꾸며 / 미소 짓는 소라게’의 집 말이다. 시인 도광의는 이 시를 두고 `하찮은 소재를 비범한 이미지로 이끌어가는’ 작품이라고 평한바 있다.
이일기(시인 ·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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