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앞으로도 당분간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돼 올해 전체로는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무역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등에 대한 재무적 투자 급증으로 외화유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외환시장에서도 안정을 회복해가고 있다.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3월 위기설’도 기우에 그칠 전망이다.
세계경제가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우리경제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은 원화가치 저평가에 따른 `환율효과’의 힘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고환율 덕분에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환율효과가 마냥 지속될 수 없다는 게 걱정이다. 당장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만으로도 원화 환율이 연일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을 보면 환율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임을 알게 한다.
한때 달러당 1600원을 넘보던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선 장중 한 때 1300원대로 떨어져 지난달 11일의 1393.50원 이후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무역수지 흑자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고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국제수지는 다시 악화될 수 있다. 수출이 줄어들고 수입이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돼 다시 유동성부족 우려가 높아지고 외환?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지난 13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우리 대기업이 환율상승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덜 받고 있지만 올 연말쯤 환율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일본 전자업체의 경쟁력이 우리를 앞설 것 같아 겁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에도 “환율로 인한 나쁜 이익은 독(毒)이다. 이시기에 일본보다 공격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가 위태로워진다. 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모두 고환율효과의 위험성을 일깨운 경고다.
환율효과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환율효과가 사라진 후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우리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등 정부와 기업 국민 등 경제주체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통한 생산성 제고에 힘 써야 한다.
지금 해외 경쟁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에 노력을 기울여 장기불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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