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 전시회 개최,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
정은주 전시회 개최,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
  • 황인옥
  • 승인 2011.12.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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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가 만든 피조물은 대개 둥근 형태를 띤다. 지구, 나무, 식물, 곡식의 열매 등이 그렇다. 인간 역시 어머니의 둥근 자궁 속에서 자라서 동글동글하게 태어난다.

조물주의 피조물이 둥근 형태 일색이라면 인간이 건설한 세상은 사각천지다. 인간의 하루는 사각에서 시작해 사각으로 끝난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사각 방에서 잠을 깨고 사각 자동차를 타고 사각 사무실에 출근해 사각책상에서 사각 모니터와 하루 종일 마주하다 사각 술집의 사각 테이블과 사각 의자에 앉아 술 한 잔 걸치고 사각의 집으로 퇴근한다.

물론 인간 세상에도 예외는 있다. 음식과 관계되는 것들은 대개 둥근 형태를 띤다. 그릇과 수저도 둥글고 술과 음료수 병들도 둥글다. 인간에게도 생명과 직결되는 것은 대개 둥근 형태를 띠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왜 조물주(생명)는 원형이고 인간은 사각을 선택했을까?

조물주와 인간의 역할에서 단초를 찾아본다.

조물주의 시각에서 보면 원형이야말로 서로 다투지 않으면서 다른 존재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생명을 설계하고 잉태하는데 원형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인간은 소비를 미덕으로 하는 탐욕적인 성향을 본성 속에 필연적으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사각은 욕망을 관리하기에 가장 좋은 구조가 아니었을까. 사각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은밀한 속성을 가지는 동시에 모서리가 갖는 특성상 존재간의 다툼을 어느 정도 속성 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작가 정은주의 작품세계 역시 사각에 대한 천착이다. 작가가 그처럼 사각에 집착하는 이유는 인간이 욕망 이전에 가졌을 순수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인간 군상들의 각기 다른 욕망 덩어리인 사각 형태들은 작가의 손을 통해 적절히 조절되고 재배치된다. 그렇게 탄생된 작가의 작품들은 관객에게 안정감과 평화를 선사한다.

색감도 붉은색 일색으로 강렬하다. 작품 속 붉은 덩어리는 수십 번의 덧칠과 삿포질로 살려낸 응축된 붉음이다. 작가는 칠의 반복과정을 통해 단순함과 순수함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았을 친근한 컴퓨터 게임인 테트리스(Tetris)다. 작가는 게임 속 평면의 사각 테트리스에 입체감을 주어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했다. 단순한 블록쌓기 놀이가 작가의 내면을 통과하면서 오염되지 않은 동화적인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정 작가는 “나의 사각형이 어떻게 어디까지 가게 될 것인지 나도 모른다. 막대작업은 선 작업과 일맥상통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각형이 한쪽으로 길고 가늘게 늘어난 형태이고 면적이며 입체적일 뿐이다”면서 “사각형의 세계가 나의 작업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표현되어질지 모르는 기대감으로 작업에 임한다”며 그녀의 사각 사랑을 전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캔버스 회화 작품 6점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회화 작품은 스프레이 작업의 결과물이다. 붓칠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밀림을 방지하기 위해 선택한 작업방식이다. 캔버스 작품은 사각형태 4개의 조합으로 6개의 테트리스 조각 형태를 만들고 그 형태의 잔상을 위치와 색상을 달리해 겹쳐놓은 이미지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회화작품 외에 입체작품 2점과 영상 작품 1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에서 2012년 1월 8일까지 열린다. (053) 661-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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