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카메라 앵글 속에 삭막한 조립식 공장건물이 주로 들어앉는 이유는 공장건물의 외관을 통해 그 속에 잠재된 성장제일주의와 획일주의, 속도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산업화의 집적단지인 산업클러스터(Industry cluster)속 공장건물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앞세운 생태적 건축이나 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고민을 찾기는 힘들다. 태생부터 경제성과 효율성을 유전자 속에 담고 있기 때문에 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구조 이상은 무가치하기 때문이다. 건물의 영원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경제적인 목적이 흩어지면 건물도 생명을 다하고 먼지처럼 흩어지는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이는 금속성의 표면, 단순한 구성, 외부와 차단된 구조에서 오는 폐쇄성으로 압축되는 사진 속 공장건물은 산업단지 주변에 펼쳐진 자연풍경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추상적 구성과 정형화된 형태의 공장건물이 붉은 황토와 잘 갈려진 밭고랑, 초록의 자연들과 충돌하듯 버티고 있다. 평화로운 자연의 질서와 조화에는 무심한 듯 서 있는 건물 속 사람들은 건물이 갖는 폐쇄성으로 흔적을 가늠하기 힘들다.
작가는 삭막한 공장건물과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끊임없이 무정형화되고 해체되는 획일적이고 소모적인 인간의 삶을 동일화하면서 반성과 자기검토를 주문한다.
전시에서는 조립식 공장건물 사진 13여 점이 전시된다.
작가는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를 수료했다. 현재 대구미래대학 강사, 시오갤러리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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