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가해자, 품행장애 앓는 환자"
전화상담, 전년比 2배...불안정한 교육환경 방증
0~6세때 조기치료 중요.부모.아이에 신뢰감 줘야
지난 20일 대구시 수성구 D중학교 K(14)군 투신자살과 관련, 학교폭력 및 왕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되는 가운데 왕따를 가하는 학생이나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에 대한 정신적 치료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화상담, 전년比 2배...불안정한 교육환경 방증
0~6세때 조기치료 중요.부모.아이에 신뢰감 줘야
(재)대구시 청소년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따돌림 및 왕따 전화상담 건수는 25일 현재 1천455건으로 지난해 782건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4,5월과 8,9,10월이 평균 150여건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화상담자 대부분은 초중고생이지만 이중에는 대학생도 5명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왕따피해 상담전화가 급증한 것은 가정, 학교, 교육당국 등 학생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철호 교수는 “소위 왕따를 하는 학생들은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에 대해 단지 그들이 뛰어나거나 못하거나 하는 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며 “즉 뛰어나면 ‘니가 뭔데’, 못하면 ‘바보 아냐’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다시 말해 이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자격지심이나 분노를 왕따학생을 대상으로 해소하는 일종의 품행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라고 할 수 있다”며 “학교나 교육당국의 힘만으로는 이들을 제어하기 어려운 만큼 0~6세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나이에 가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아이들은 주의력 결핍장애에서 적대적 장애로 넘어가 품행 장애에 이르는 만큼 0~6세 때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왕따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며 “어릴 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결국 양심에 구멍이 나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는지도 모른채 왕따나 집단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들 가해학생들의 공통점은 가학성을 띈다는 점과 죄책감을 못 느낀다는 점”이라며 “자신들의 잘못이 결국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것을 알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누구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설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대화를 통해 이런 피해를 당했을 경우 즉시 자신들에게 말을 하면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평소에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금의 부모세대와 요즘 아이들 세대는 엄연히 다른 만큼 부모가 신뢰감을 줄 때 아이들에게 그것이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올들어 학교폭력 등으로 상담을 하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지금부터라도 가정, 학교, 사회 모두가 청소년이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들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될 시기”라고 덧붙였다.
김승근기자 ks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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