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거짓말, 그리고 새빨간 거짓말
<대구논단> 거짓말, 그리고 새빨간 거짓말
  • 승인 2009.03.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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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교수)

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개인과 개인 간에, 개인과 단체 간에, 그리고 단체와 단체 간에 수 없이 많은 거짓말들이 오고 가고, 그것이 사실이 아님이 판명되었을 때, 그 정도와 영향, 그리고 사회적 평가에 따라 개인 간의 인간관계가 파괴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책임까지 지게 된다.

자연인으로, 또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간의 거짓말이야 크든 작든 직접 관계된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의혹이 제기되거나 밝혀진 거짓말도 수 없이 많다. 특히 정치판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오래된 일이라 특히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 불법 도·감청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던 소위 `미림팀’ 주위에 얼마나 많은 거짓들이 있었는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두 가지 상반된 주장 중에는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의 거짓이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온 국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커다란 사건들 주변에는 수많은 불법과 음모, 그리고 거짓과 조작들이 나무껍질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고, 때로는 정권이 바뀌거나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양파의 껍질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지는 것처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어 부분적으로 참과 거짓이 밝혀지기도 한다.

그런 경험들에 비추어 볼 때 소위 `장자연 리스트’라고 일컬어지는 이번 연예인 성상납사건을 둘러싼 의혹들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는 도저히 판단이 되지 않으며, 언제쯤이나 새롭게 재조명되어 가공되어지지 않은 본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보통 `100%의 거짓말’을 `새빨간 거짓말’이라 부른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새빨간 거짓말은 그리 큰 거짓말에 속하지 않는다. `50%의 참말’로 포장된 50%의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이다. 역설적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가짜 금이 진짜 금보다 더 빤짝이는 것처럼 50%의 참말은 100%의 참말보다 더 참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가장 뛰어난 악마가 성경을 불태우는 자가 아니라 성경을 인용하는 악마인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는 조금도 악마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메시아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부분적인 참에 감추어진 부분적인 거짓은 찾아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대중을 현혹시키거나 더욱 더 혼란 속으로 빠뜨린다. 나는 정치권의 공작과 그들 사이의 빅딜과정에서 수 없이 많은 큰 거짓말들이 대중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런 큰 거짓말로 국민들을 현혹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다 그렇다면 정말 크나큰 비극이겠지만, 이 땅에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아니 거짓말로 무장해야만 그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정치인과 연예인이라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위해, 연예인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위해 어떤 거짓말도 불사하는 사람들이라 생각된다. 그들은 원하는 만큼의 권력이나 인기를 얻기 위해 `하늘에 두고 맹세’를 하거나, 성서에 수천, 수만 번 손을 얹는 일도 밥 먹듯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얼마나 많은 껍질에 둘러싸여 있는지 알 수 없고, 수십 번의 번복된 말과 `진짜 최후의 고백’에도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거짓말로 무장하며 살아야하는 정치인이나 연예계 톱스타들의 삶이 결코 부럽거나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가련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거짓말을 다 `악’으로 간주할 순 없다. 때로는 가족 간에 서로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 또는 개인 간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또 누군가의 희망을 꺾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진정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의의 거짓말도 존재한다.

이런 거짓말을 보통 `하얀 거짓말’이라 부른다. 나는 살아가면서 새빨간 거짓말도 하지 말고, 큰 거짓말에 속지도 말고, 그래도 꼭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하얀 거짓말만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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